북한이 리비아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을 강하게 비난하며 ‘선군정치’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리비아 사태의 교훈을 잘못 읽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22일 리비아에 대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의 공습을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하면서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란 바로 안전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 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상에 강권과 전횡이 존재하는 한 자기 힘이 있어야 평화를 수호할 수 있다는 진리가 다시금 확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이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보기에는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연합군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북한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아가 연합군의 공습을 받는 것은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내부개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리비아는 지난 2003년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했습니다. 리비아는 2004년 미국과 24년 만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진 크레츠 리비아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해 7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BENEFIT THEY GIVING UP…

크레츠 대사는 리비아가 핵을 포기함으로써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가다피는 리비아의 내부개혁을 소홀히 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돈은 가다피 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일반 시민들이 바라는 민주화와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가다피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정치, 경제 개혁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존 박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또 다른 민간단체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도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며, 북한이 리비아 같은 사태를 피하고 싶으면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LESSON SHOULD LEARN THAT…

한편 전문가들은 이집트와 리비아 등 중동 지역의 민주화 사태가 북한의 개방을 늦추고 선군정치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될 때도 문을 걸어 잠그고 선군정치를 내세웠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