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인 세계농림업센터가 북한의 헐벗은 언덕에 나무와 농작물을 심는 경사지 관리법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는 시범사업에 직접 참여한 주민들이 먹고 남은 농산물을 시장에서 파는 등 식량 사정이 크게 호전됐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세계 농림업 연구를 선도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농림업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북한에 경사지 관리법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의 동아시아 담당관인 쑤 지안추 박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사지 관리법이 전수되고 있는 시범지역들에서 식량안보가 크게 호전됐다고 말했습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정부에 일정 할당량을 납부하고도  충분히 먹고 남아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겁니다.  

쑤 박사에 따르면 농민들은 시장에서 농산물을 다른 물건들과 물물교환 하거나 현금으로 받고 있으며, 3~4년 전에 비해 시장 매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도 느슨해졌습니다.

쑤 박사는 특히 북한 “주민들이 시범사업 참여를 반기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한다”며 “주민들은 경사지 관리법을 허락한 북한 당국에도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농림업센터의 경사지 관리법 시범사업은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처 SDC와 북한 국토환경보호성가 공동으로 참여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황해북도 사리원시와 수안군, 황주군, 서흥군, 연산군, 연탄군, 린산군의 3백45ha에 이르는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주민들은 주로 가정주부나 은퇴한 노인들로, 1 인당 1ha의 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쑤 박사는 하지만 정확한 수확량이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수확량이 많으면 정부가 너무 많이 걷어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민들은 먹고 남을 만큼 충분히 수확하고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수확량을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쑤 박사는 경사지 관리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주민들이 주로 옥수수와 감자만 수확했지만 이제는 밭벼, 야채, 고구마, 수박, 과일, 호두, 밤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쑤 박사는 “나머지 이웃주민들도 사업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참여 주민들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어 시범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농림업센터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평양에 상설 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 북한 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