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아시아 순방 중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당사국들 간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비관적 전망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지난 9월 이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비롯해 당사국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북 핵 대화가 곧 재개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예상들이 있었는데요, 아직도 실질적인 진전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입니까?

답) 모든 당사국들이 6자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에서 뚜렷한 견해차가 있고, 이런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속한 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 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답)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지난해 초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회담을 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먼저 진지하게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줘야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또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크게 손상된 상황에서, 북한이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북한은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지요?

답) 네, 비핵화에서는 2005년 9.19 공동선언의 내용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미국과 한국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한국 선원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일부 긍정적인 조치가 있었지만, 관계 경색의 가장 큰 이유인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미국과 한국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면서, 최근에도 다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입니다.

문) 앞서 말씀 드렸듯이,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중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정상들과 북 핵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 지난 주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브리핑은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게 만드는데요. 마이크 해머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 중 6자회담과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분위기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들어있는 발언으로 생각됩니다. 또 앞서 베트남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을 조급히 재개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때 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역시 당분간 회담 재개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을 갖게 합니다. 물론 앞서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포함한 각 당사국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아직 진전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 사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북 핵 문제가 다시 대화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따라서 올해 안에 미-북 대화나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당분간 회담 재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들이 더 많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씨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은 희망 섞인 공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회담 재개를 기대할 만한 긍정적인 조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민간단체인 뉴욕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동북아협력안보 프로젝트 소장은, 회담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데, 여전히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의 조치를 요구하는 입장이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답)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 부시 행정부 1기에서 2기로 넘어갈 때처럼 북한에 대한 입장을 급격하게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의 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철저히 한국의 의사를 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 한국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여전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천안함 공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거군요?

답) 미국 정치권 내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는 것도,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인데요. 미 의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공화당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는 데 대해 만족하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오바마 행정부가 다양한 외교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면서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며 비핵화 과정에 복귀하도록 설득한다는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