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에 관한 원칙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레티넌 의원은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 법안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하는 근거로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 기도를 꼽았습니다. 태국에서 압류된 북한 무기의 최종 목적지가 중동의 테러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라는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최근 발언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정해야 할 이유로 제시됐습니다.

민주당 중진의원도 이 같은 주장에 가세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개리 애커먼 중동, 남아시아 소위원장은 지난 18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과연 테러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이 테러가 아닌 일종의 전쟁행위인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의 말입니다.

보통 테러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으로 정의되는데, 천안함 사건의 경우 군함을 겨냥한 어뢰 공격이었다는 겁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중대하고 상세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사실관계에 근거해서 북한의 행위가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테러지원국 지정은 가볍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테러지원국 지정은 양자관계 뿐만 아니라 다자관계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증거에 바탕을 둔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국무부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이례적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에 관한 원칙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 정부가 국제 테러행위를 계속해서 지원했는지 여부를 국무장관이 먼저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관계가 입증되면 관련 법 조항들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곧 의회에 제출될 ‘2009 테러보고서’에는2009년에 발생한 사실들만 반영될 것이라고 밝혀 천안함 사건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