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오늘 (24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간 2차 실무접촉을 열었지만 상봉 장소 문제로 또 다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24일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간 두 번째 실무접촉은 시작부터 상봉 장소 문제로 삐걱거렸습니다.

남북 양측 대표단은 오전 10시15분부터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35분 간 실무접촉을 가졌지만 상봉 장소 문제로 회의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북측 대표단이 장소 문제를 실무접촉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11시20분부터 30분 간, 그리고 오후 2시부터 15분 간 두 차례에 걸쳐 상봉 장소를 논의하는 별도 협의를 진행했지만 역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이어 오후 3시45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이날 밤 8시 30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습니다. 남북 양측은 다음 달 1일 추가접촉을 갖자는 데만 의견을 모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오늘 전체회의와 별도 접촉을 했었잖아요, 오늘 했던 별도 접촉을 한 번 더 한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우리로서는 같은 사람이 나갈 거에요.”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차 접촉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접촉에서도 상봉 장소로 ‘금강산 지구 내’라는 애매한 표현을 고수했습니다.

한국 측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상봉 장소로 하자고 제시하면서 그게 안되면 다른 구체적인 상봉 장소를 북측이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상봉 장소로 이산가족 면회소를 이용하려면 금강산 지구 내 동결과 몰수 조치가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이산가족 면회소 뿐만 아니라 금강산 지구 내 모든 시설이 동결.몰수된 것”이라고 강조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금강산 지구 내 제3의 장소도 상봉 장소로 사용할 수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이산가족 면회소는 금강산 관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이라며 북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08년 한국 관광객인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지난 4월 이산가족 면회소를 포함한 한국 정부 소유의 금강산 부동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했었습니다.

한편 이날 북측은 지난 20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상봉 장소 문제를 별도 협의하기 위해 지난 2월 관광 재개 실무접촉에 나갔던 관계 일꾼 2 명을 내보내겠다”고 밝힌 대로 이번 실무접촉에 강용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와 리경진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과장을 내보냈습니다. 이들은 북측 요구에 따라 이뤄진 이날 별도 협의에서 북측 대표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은 이들의 상대가 될 대표를 따로 보내지 않아 상봉 장소 협의를 위한 별도 회의에는 이번 2차 실무접촉의 수석대표인 김의도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실행위원이 대표로 나섰습니다.

상봉 장소 문제가 타협점을 찾지 못해 또 한번의 접촉을 갖게됨으로써 이산가족 상봉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측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기 때문에 장소 문제로 판을 깨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상봉 시기를 다음 달 21일부터 27일까지 하자는 데 양측이 의견접근을 봤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한달 정도로 잡았을 때 최종 합의를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는 점도 남북 양측에 부담이 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