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해 9월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으로의 안정적인 후계세습에 초점을 맞춰 당 규약을 크게 손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서울에서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해 9월 44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30년 만에 개정했습니다. 당시 개정된 규약의 구체적인 본문조항들이 공개됐습니다.

개정 규약은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7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정된 규약에는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관례적으로 김정일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직해오긴 했지만 김정은에게 당권과 군권을 한꺼번에 넘길 수 있도록 제도화 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관례로서 해 온 것을 규정에 넣은 측면이 있고, 또 한가지는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승계하면서 동시에 당 총비서직을 승계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한 측면이 있습니다.”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들도 만들었습니다.

먼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인민군 당 위원회의 집행부서로서 당 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군 총정치국을 사실상 중앙당 기구로 만들었습니다.

군 총정치국은 그동안 당 조직지도부 등의 지도를 받았으나 새 규약을 통해 그 위상을 높여줌으로써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당 중앙군사위의 직접 지도를 받도록 한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또 당 중앙군사위에 대해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의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 그동안 비상설 기구였던 것을 상설 기구화하면서 그 권한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당의 영도 하에 모든 정치활동을 진행한다’, ‘각 부대에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당의 대표로서 부대 전반사업을 장악, 지도한다’는 새로운 조항들도 군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를 명문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김정은에게 군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집중시켜 준 것은 김정일의 유고 이후 권력 승계 과정에서 김정은이 안정적으로 군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 당 규약은 또 사실상 사문화됐던 5년 주기의 당 대회 개최 규정을 없애고 당 중앙위가 언제든 6개월 전에만 소집날짜를 발표하면 당 대회를 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임시회의 성격의 당 대표자회에도 당 최고기관 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들 조치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필요시 언제든 권력 승계의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입니다.

“현실성이 없는 제도나 규정을 고치고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도록 당 대회나 당 대표자회를 통해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죠.”

앞서 북한은 지난 해 9월28일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규약 개정 사실을 밝히면서 서문만을 공개했었습니다. 바뀐 서문에선 노동당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당’으로 규정하고 당의 기본원칙을 ‘당 건설의 계승성 보장’이라고 명시해 3대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