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북한이 연일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의 대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강경 태도로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연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이 대통령을 ‘역도’로 부르면서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파렴치한 궤변이자 극악무도한 도발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으로, 앞서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3일 남한 야당 대변인의 논평을 전하는 방식으로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어 핵 활동 중지를 요구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희떠운 망발’이라고 비난하면서 침략책동이 계속되는 한 핵 보유국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부터 시작된 북한의 대남 비난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난 대상도 김 위원장 조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대북정책으로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북한은 지난 달 30일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한국 정부의 조문 조치를 강하게 비난하며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통일부의 유연한 대북 접근에 대해서도 대결정책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6일 북한의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북한과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나름대로 북한의 내부 사정이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의 기본입장은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해나가자, 소위 기회의 창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므로 북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호응해 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북 유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고,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사과 문제도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관리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체제 안정이 시급한 북한이 당장 대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적은 만큼, 남북관계는 당분간 교착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가늠할 겁니다. 김정일 유훈에 대한 해석과 정리가 내부적으로 마쳐야 대외적으로 나름대로 입장을 갖고 나올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안팎에선 앞으로 있을 미-북 대화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북 대화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 통로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할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6자 회담을 위한 대화가 진전되는 것도 남북대화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을 위한 각국간의 대화가 진전되는 것도 우리 남북대화를 위한 하나의 상황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 변화와 가능한 변수들을 보면서 또는 움직이면서 기다리겠다는 것이니깐 함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지 여부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비핵화 논의를 위한 미-북 대화가 남북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를 수용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남북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기 위해선 미-북 대화 이전에 한국 정부가 먼저 대화를 제의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