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운동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도움을 호소하던 기존의 운동 방식에서 탈피해 국제법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는 단순한 인권 관련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주최측인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미국의 휴먼 라이츠 워치, 그리고 브라질의 코넥타스 디레이토스 휴마노스는 일주일에 걸쳐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의 인권유린과 납치에 관한 법적인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이들은 또 유엔의 실무그룹과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만나는 한편 각국 언론과 접촉해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된 법적 근거들을 제시했습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원재천 한동대학교 법률대학원 교수는 북한 인권개선 운동의 정형(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엔 인권 매카니즘을 활용하고 돌리는 것은 이제 한 15년 만에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여태까지 안돌아갔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집중하던 기존의 캠페인에서 탈피해 국제 인권법 등 법적 과정을 밟아가는 방식으로 운동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자가족들이 유엔 강제실종 문제에 관한 실무그룹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황인철 가족대표가 지난 달 유엔 실무그룹 관계자를 면담한 것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입니다.

원재천 교수는 제네바 행사 때 유엔 실무그룹 담당자들 뿐아니라 국제적십자사 본부의 법률 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황인철씨 같은 경우는 범죄잖아요. 대한항공 납치사건은. 그 범죄를 그냥 놔두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가 국제비행기 납치방지조약이라든지 규범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전쟁범죄가 되는가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40년 후이지만 정식으로 다시 제기하는거죠. 변한 환경에서.”

전문가들은 또 정치범 관리소의 경우 고문, 여성폭력, 노동착취, 어린이 인권 유린 등 다양한 반인도 범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유엔 내 다양한 실무그룹들이 다룰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그 동안은 피해자들이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엔 기구들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인권법률단체인 쥬빌리캠페인의 차지윤 변호사도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국제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점점 국제사회가 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에서 국제적인 기제들도 많이 마련되고 있구요. 또 이런 인권에 대해서는 국제법이 개발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와 참여, 결의로 인해 이런 기재들이 더 효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대학교 법률대학원의 원재천 교수는 이런 법적인 접근이 장기적으로 큰 변화의 물결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처음은 한 케이스지만 그게 열 케이스, 백 케이스 천 케이스가 되고 여러 사람들이 프로세스가 가능하게. 그 게 국가가 할 일이고 국가인권위가 한다든지. NGO도 같이 해서 몇 백건 몇 천건이 접수되면 그게 상당히 다른 국면이 되는거죠.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이런 법적 움직임은 최근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실 관계자는 최근 ‘통영의 딸’ 운동으로 잘 알려진 오길남 박사를 면담하고 청원서를 접수한 뒤 조만간 담당 유엔기구가 이에 대해 조사를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40개 국제인권단체가 연대한 북한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는 지난 9월 창립돼 북한 정부에 대한 유엔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법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관계 전문가와 자료 확보 그리고 한국 정부의 보다 구체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원재천 교수는 남북한이 직접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제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며, 안보와 경제, 인권 문제 모두 국제적인 틀을 통해 해법을 찾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