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국의 현대그룹에 주었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일방적으로 거둬들이면서 남북경협의 상징인 이 사업의 앞날이 한층 불투명해졌습니다.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북측이 외자 유치를 통한 독자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객관적인 여건상 이마저도 어렵다는 전망들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장기간 중단 상태에 빠진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한국 측 기업인 현대그룹에 부여했던 독점권을 일부 취소하고 독자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했습니다.

이어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같은 달 29일 후속 조치로 그동안 현대그룹이 관리했던 강원도 고성읍과 해금강 내금강 등을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 대해 자신들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정령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현대그룹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금 수입이 끊어진 데 대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은 중국 칭화대 교수와의 면담에서 “현대 측이 지어놓은 건물, 시설을 그대로 계속 비워두면 다 망가지기 때문에 북측에서라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해보자고 한 것”이라며, 그 것도 “한국 측이 관광을 시작할 때까지”라고 말해 한시적인 조치임을 밝혔습니다.

현대그룹도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북측과의 접촉을 통해이 같은 취지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북경협 전문가들도 북한이 현대와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끊는 것은 외자 유치에 힘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선택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현대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이번 선례가 다른 북한에 투자하려는 잠재적인 투자 기업들에게 주는 부정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외자 유치를 통한 부분적인 독자 개발로 끊어진 현금줄을 일부라도 살리려는 것과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한국 정부에 압박하려는 이중적인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독자 개발 구상이 현실화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북한이 중국과 유럽 기업들, 그리고 현재 북한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집트 오라스콤 등에 투자를 타진하고있지만 아직 이뤄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현대의 독점권 문제가 걸려 있어 다른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특히 중국으로선 한국과의 외교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현대와 국제적으로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인데 제3국 기업이 들어갔을 경우 국제적인 분쟁 또는 눈치 때문에 쉽게 참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구요”

북한 당국이 해외사업의 주된 대상으로 노리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금강산이 그리 매력 있는 관광지가 못 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평양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금강산 여행길이 중국 관광객들에겐 시간과 비용 면에서 너무 부담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카지노 사업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해외 카지노를 강력하게 막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편 현대그룹은 북한의 독점권 취소 조치가 부당하다면서 금강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노지환 과장입니다.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신사업이나 건설사업 부분을 확대해 나가고 버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금강산 관광사업은 포기할 수 없으니까 재개를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측은 지금의 모든 문제를 풀 열쇠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있다며 남북한 당국에 관광 재개를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