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들이 지난 해 세계인권 상황의 흐름과 변화를 분석하는 연례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단체들은 특히 중동지역의 독재정권들을 붕괴시킨 이른바 ‘아랍의 봄’의 배경과 영향을 분석하며 북한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지난 주 워싱턴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에 이어 이번 주에는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 라이츠 워치’ 가 각각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지난 해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습니까?

답) 인권단체들은 “옛 소련 붕괴 이후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 가장 강력했던 한 해”, “오랜 압제의 고통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기회를 준  해”, “역사적인 전환의 순간” 이란 표현 등으로 지난 1년의 인권 상황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개선의 희망과 추동력을 제공한 한 해였다는 것이죠.

문)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지구촌을 들끓게 했던 ‘아랍의 봄’ 의 영향이 크겠죠?

답)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올해 보고서의 제목 앞에 ‘아랍의 봄과 그 파급효과’ , ‘아랍의 봄에 대한 국제적 대응’ 이란 부제목을 붙였습니다. 수 십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던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정권이 붕괴됐고 예멘과 바레인에 이어 현재 시리아에서 반정부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강조한 거죠.

문) 인권단체들은 ‘아랍의 봄’ 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까?

답) 독재의 압제에 있던 사람들이 운명의 주체가 바로 자신이란 믿음을 갖고 스스로 저항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주민들은 정권의 통치 논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됐지만 이젠 그런 수동적인 자세에서 돌아섰다는 겁니다. 그런 믿음이 용기를 불어넣었고, 다시 국경과 국경을 넘어 독재자에 대한 투쟁으로 확산됐다는 겁니다.

문) 북한 등 전체주의 독재정권들은 그 동안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지적을 정권 붕괴를 노리는 서방세계의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난해 왔는데요. 결국 자국민들에 의해 정권이 붕괴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대표는 어제 (23일) 기자회견에서 서방세계가 오히려 국익에 따라 아랍의 독재정권과 타협해온 것이 인권 개선의 걸림돌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 프랑스는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정권의 인권 탄압에 대해 국익과 지역 안정을 이유로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로스 대표는 지금도 시리아 정권의 유혈진압으로 수 천 명이 숨지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리비아처럼 실질적인 압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 등은 주권 존중이란 핑계로 개입에 주저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 그런데 아랍의 봄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구요?

답) 네, 일부 전체주의 정권들이 아랍의 봄을 차단하기 위해 탄압을 강화하면서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된 경우인데요.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대표는 중국과 북한을 그 예로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자스민 혁명을 기념하는 거리 행진을 원천봉쇄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했는가 하면 북한은 가다피 정권의 붕괴 소식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 파견 근로자들을 복귀시키지 않고 위험한 내전의 한 가운데에 계속 방치했다는 겁니다. 그 밖에 짐바브웨, 수단, 우즈베키스탄, 쿠바, 베트남에서도 탄압이 가중됐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했습니다.

문) 이런 국제사회의 인권 상황 변화가 북한에는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인권 탄압이 지역안정과 국익, 주권 존중이란 명목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아랍세계의 현실이 북한과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중국의 압박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재와 고립이 이미 지속된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세계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문) 핵과 안보 문제 뿐아니라 인권도 결국 중국이 움직여야 한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처럼 정부의 거짓된 선전선동을 그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국제사회가 바른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해 민권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또 북한 정부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곳이 유엔인 만큼 유엔총회가 반인도 범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인권 개선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불안정을 가장 큰 위기로 보고 있는 중국에 ‘아랍의 봄’ 설득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민심이반과 빠른 정보 확산은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높여 지역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아랍의 봄’ 등 지난 해 국제 인권 상황의 새로운 양상과 북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