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마취를 하지 않고 다리 절단과 같은 수술을 하는 등 의약품 부족이 심각하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외부 지원을 투명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와해 상태의 북한 보건의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탈북자 40 여명과 이들을 치료한 한국 내 의료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북한의 심각한 의료 보건 실태를 담았습니다.

보고서에서 탈북자들은 의약품과 의료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낡은 상태라고 증언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마 강 무이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아시아태평양 조사관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선 마취 없이 맹장이나 다리 절단 수술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북한에서는 의약품 부족이 너무 심각해서 고통을 막기 위한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수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탈북자들이 의약품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병원 관계자들이 먹고 살기에 충분한 수입이 없어 시장에 이를 내다팔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또 의료시설이 낡고 물품이 부족한 탓에 치료가 비위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병원은 겨울에도 난방이 안 되고 전기 수도도 잘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낡은 의료장비에 특히 소독이 제대로 안된 주사바늘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서 함경북도 출신의 한 탈북자는 “2004년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는데 의사가 이미 사용한 주사기를 들고 와서 끓는 물에 10초 정도 바늘을 넣었다가 주사를 놓아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이코 조사관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북한의 환자들은 낡은 병원시설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 의사들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실제 면담한 대부분 탈북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들에게 비공식적이고 불법적인 현물 또는 현금을 지불한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탈북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리모 씨가 “북한 주민들은 치료를 받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병원에 가려 하지 않는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한 면담 내용을 실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시설까지 오가는 교통편도 무료라는 북한 당국의 주장과 달리 탈북자들 대다수가 주민들이 교통비를 부담하고 있고, 대형 병원의 구급차는 연료 부족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또 평양의 의료시설이 좋은 병원으로 가기 위해선 여행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관청 직원들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면담한 탈북자 대부분은 이처럼 북한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나빠진 게 1990년대 닥친 식량난과 경제 위기 이후라고 증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이 1 달러가 채 안 된다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무이코 조사관은 이런 통계는 이번 탈북자들의 면담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 간 계속된 북한의 식량 부족과 경제 위기가 주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국제사회에 대해선 “국제기구나 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에 대한 분배 감시 노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북한 주민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