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은 정보의 ‘블랙홀’이며, 북한에 대한 기사는 대부분 추측성 기사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와 언론인들은 이런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언론이 가장 취재하기 힘든 나라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베이징 특파원인 아이작 스톤 피시 기자는 9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신문에 게재한 글을 통해,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기자의 악몽”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피시 기자는 한 가지 사례로, 자신이 북한과 중국 간 마약 밀거래를 취재하면서 탈북자와 전문가, 마약 거래상 등을 두루 만났지만 북한의 마약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보의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북한에는 독립된 언론이 없는데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일반인이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은 선전매체를 동원해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주민들을 세뇌하는 것은 물론 극도의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피시 기자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 서부 남가주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북한을 둘러싼 온갖 소문과 추측 보도에서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중앙일보’에서 18년간 북한 문제를 담당해온 이영종 기자도 북한을 취재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실확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이 어떤 뉴스를 보도하려면 1차로 그 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북한은 접근이 안돼 사실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북한이 지구상에서 접근이 안 되는 취재원이라는 것입니다. 설사 방북 취재를 하더라도 북한 당국이 연출하거나 훈련된 안내원을 통한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사실확인의 어려움은 종종 터무니 없는 오보를 낳기도 합니다. 지난 2003년 5월 한국의 여러 언론매체들은 북한 노동당 서기실의 길재경 부부장이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길재경은 그로부터 3년 전인 2000년 6월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피시 기자는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말도 모두 믿기는 곤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 교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년 전에 사망했으며, 지금은 그의 대역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이즈미 하지메 교수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해 엉터리 보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같은 보도가 근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김정일이) 죽었다면 한국, 일본 정부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가주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탈북자들의 말도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며, 그들 역시 북한 사정을 잘 모르거나 어떤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위급 탈북자인 황장엽 씨 조차 북한과 관련해 사실을 얘기한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취재가 힘들고 오보가 많은 것은 1차적으로 북한 당국의 책임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당국이 국내외적으로 자신들의 실상을 정확히 알릴 책무가 있는데, 모든 것을 쉬쉬하기 때문에 오보와 추측 보도가 난무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영종기자의 말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는데,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북한 체제 자체가 정보통제와 김정일 우상화 등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공개하는 것은 체제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는 ‘2011년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세계 1백96개국 중 최악의 언론 탄압국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