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원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폐개혁이 실패하면서 극심한 경제난에다 최근 겹친 수해로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언론매체 등을 동원해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관영 언론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온 지난 달 30일과 31일 정규 뉴스시간마다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방중 성과를 반복해서 내보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발언 낭독)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 속에서 조-중 두 나라 혁명선배들이 고귀한 재부로 물려준 전통적인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그것을 대를 이어 강화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이 지닌 중대한 력사적 사명입니다.”

주로 후계구도와 북-중 친선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지원 여부에 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더 급해 후계 문제 등에 별 관심이 없다며, 쌀이나 많이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화폐개혁 이후 경제난에다 수해까지 겹치면서 기댈 곳은 중국 뿐이라는 얘기가 주민과 간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내린 폭우로 군대가 관리하던 부업농장이 물에 잠겨 간부들 조차 먹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일부에선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주민들과 자주 통화하는 탈북자 김은호 씨입니다

“2004년 방중했을 때만 해도 당에서 강연학습 등을 통해 방중 성과와 지원 내용 등을 설명해줬는데 이번에는 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배급이 없어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지원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장마당 내 식량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과 회령시의 경우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기 전만 해도 9백원-1천원이었던 쌀 1kg이 1천2백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양이 다소 늘었지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더라도 유엔 제재 틀 내에서 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식량 지원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일각에선 그러나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수해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쌀을 비롯한 식량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