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경사지 관리농법이 성공리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량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파괴된 환경도 되살리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요, 북한의 경사지 관리농법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은 정부 수립 이후 40여 년 동안 동맹국인 소련의 비료 지원에 의존해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989년 소련이 붕괴되자 북한의 식량 생산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 생산을 위해 산의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농작물을 심기 시작했다면서, 그 결과 환경 재앙이 초래됐다고 말했습니다.

산기슭에 있던 나무를 베어버리자 토양 침식이 일어났고, 비가 오면 산에서 흘러 내린 흙이 하천 바닥에 쌓이는 등 계절적인 홍수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부소장은 이 같은 환경재앙은 북한이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07년과 올해 여름의 큰물 피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은 환경 재앙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1995년 대홍수 때였다고, 국제 연구단체인 ‘세계농림업센터’의 슈젠추 선임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1995년 대홍수 직후 홍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 국토환경성은 2003년 스위스 개발협력처와 경사지 관리농법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황해북도 수안군에 3개 작업그룹을 만들어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경사지에 사과와 복숭아, 배 등 과일나무와 밤나무, 잣나무 등을 심을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 밀, 감자, 고구마, 밭벼와 채소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식량 생산을 늘리고, 산울타리를 따라 잔디와 관목을 심어 토끼와 염소, 돼지 등 가축을 사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계농림업센터의 슈 연구원은 북한 경사지 관리농법이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경사지 관리농법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헐벗은 산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서 동시에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제공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된 북한의 경사지 농법은 7년이 지난 지금 7개 군 65개 작업그룹으로 20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또 2008년부터는 세계농립업센터도 이 사업에 합류해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국제개발처는 북한의 경사지 관리농법의 핵심으로 생산물 개인소유와 수종선택권을 꼽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생산된 물건을 소비 또는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원하는 수종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것이 경사지 관리농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중요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세계농림업센터의 슈 연구원은 북한 당국도 경사지 관리농법을 지원하고 있다며, 도입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새로운 작업 그룹을 만들고 이들을 등록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 국토환경성은 경사지 관리농법의 성공적인 정착과 사업성에 비춰볼 때 이 사업이 북한 내 산간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스위스 개발협력처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계농림업센터의 슈 연구원은 북한에서 나무가 베어진 채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경사지가 1백만 헥타르에서 1백50만 헥타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내 경사지 관리농법이 도입된 면적은 아직도 매우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은 좋은 편이라고, 피터슨국제경제 연구소의 놀란드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의 현 정책이 최선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무를 심고 파괴된 환경을 되돌리려는 노력은 좋은 신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놀란드 부소장은 삼림파괴는 북한이 직면한 식량난의 이유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성적인 기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경제를 전반적으로 회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