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최근 ‘통계’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북한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발표하자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서울과 평양이 요즘 ‘통계 숫자’를 놓고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북한경제가 지난 2009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고 발표하자, 북한이 발끈하고 나선 것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무엇을 노린 경제 쇠퇴설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국은행의 발표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북한의 “최근 2년은 인민생활 향상과 사회주의 건설에서 전례 없는 기적과 혁신이 창조된 격동적인 시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민간단체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전문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자국의 정확한 경제성장률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습니다.

“북측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데 발끈하는 것보다는 내부적으로 정확한 경제통계를 스스로 파악해 발표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이고구요…”

북한이 각종 경제지표와 수출입 분야에서 제대로 된 통계 숫자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하루이틀 된 얘기는 아닙니다. 북한은 1960년대 이래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은 채 ‘지난 해에 비해 1백% 초과 달성했다’는 식의 선전용 통계만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 당국이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통계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일의 영도로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선전해 왔는데,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면 그동안 거짓말을 해 왔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계 숫자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지난 1984년 ‘1천만t의 알곡 고지를 점령했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실제 생산량은 그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고, 과거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했던 탈북자 이민복 씨는 말했습니다.

“생산 조건이 어떻게 됐던간에 ‘1천만t 하라’고 수령님 교시가 떨어지면, 위에서 그래요, 동무 말이 돼, 그럼 아, 수령님 뜻에 맞춰야 하는구나, 그래서 거짓말하고 거짓말하고, 그럼 칭찬받죠, 텔레비도 받고 김일성 훈장도 받고, 그런데 체면이 있어서 통계가 틀려도 선물을 회수해가지는 않아요.”

북한이 40년 이상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자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주로 한국 정부가 발표한 북한 통계 추정치를 사용해 북한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정확한 통계 숫자를 내놓지 않아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정확한 경제통계가 있어야 제대로된 경제정책을 세우는 것은 몰론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북한은 이런 자료가 없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삼성경제 연구소 동용승 전문연구위원의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거기에 맞는 경제정책을 세울 수 있고, 또 외국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려도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이지요.”

북한은 또 통계자료가 없어 국제금융기관에 가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ADB)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는데, 당시 가입이 거부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통계자료 미비라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세계은행 등에 가입하려면 정확하고 검증가능한 경제통계를 제출해야 하는데 북한은 통계가 없어 가입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를 살리고 강성대국을 이루려면 정확한 통계부터 공개할 것을 충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