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가 한층 얼어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는 남북 양측이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화 학술 체육 분야에서의 교류를 타진하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와 학술 체육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는 남북 양측이 교류에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1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이 문화와 학술 분야에서 적극적인 교류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 관련 협의를 하고 있는 곳이 두 세 곳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서 경제 재건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고 그래서 문화교류 기술 학술교류 쪽으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고 있고 지금 그런 의사를 북쪽에서 많이 보이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6일과 19일 잇따라 경평축구경기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과거 사례를 들어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한 중요한 계기”였다고 밝혔습니다.

북측의 이런 언급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해 말 신년사를 통해 경평축구전 부활을 북한 당국에 정식으로 제안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의 제안에 북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평축구경기는 일제시대 서울 평양 두 도시간 열렸던 친선경기로 지난 1990년에도 남북 교류 차원에서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바 있습니다.

지난 달 중순 대북 지원 물자 분배감시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에게 경평축구를 부활하자는 서울시 제안을 전달했고 북측 관계자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며 “김 위원장 사망으로 회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비정치 분야에서의 교류에는 어느 정도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5.24 대북 제재 조치로 중단됐다가 지난 해 11월 재개된 개성의 고려시대 궁터인 만월대 보존 발굴 사업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사업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일단 사업이 소강상태지만 북측의 초청장이 오면 관련 학자들의 방북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저희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구요, 저희로 인해서 못하고 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와 함께 문화관광체육부도 내년 편찬 600주년을 기념하고 남북교류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남북한이 일부씩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4대사고본을 한 자리에 전시하는 사업을 검토 중입니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 연말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북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남북교류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문화적 소통을 늘려나갈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와 남북한이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하는 방안, 그리고 북한 지역의 고구려 고분군 남북 공동발굴 조사 등을 추진키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