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는 군사외교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투자자들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중시하기 때문인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방송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독특한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북한 채권을 주제로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채권의 거래 동향과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국내 금융시장 잠시 요동쳤습니다. 주가는 60포인트 이상 빠졌고 환율은 올랐습니다.”

지난 해 12월 19일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갑작스런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국제금융시장의 일부 투자자들은 북한 채권에 눈을 돌렸습니다. 북한 채권의 거래를 대행하고 있는 영국 금융 중개회사 이그조틱스에 따르면 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거래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갑자기 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의 문의도 쇄도했습니다.

액면가 1달러당 14센트하던 북한 채권 가격은 16센트로 올랐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도 ‘지금이 북한 채권을 구입할 적기일 수 있다’는 제목으로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북한 채권의 거래동향을 전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 정권에 돈을 걸고 싶다면 북한 채권을 사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그조틱스의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수석 조사역입니다.

[녹취: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이그조틱스 수석 조사역] “If you have...”

북한의 새 지도부가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금융기관들에 손을 내민다면 북한의 개혁개방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국제금융기관들에 진 빚을 일부라도 갚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채권은 북한에 돈을 떼인 은행들이 북한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권리를 증명하는 증서로 발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거나 북한 핵 문제에 큰 진전이 있을 경우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북한 채권 가격이 뛰었습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는 가격이 액면가 1달러당 20센트에서 50센트까지 올랐습니다. 또 2007년에는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 신고가 합의되자 20센트 대에서 36센트까지 올랐습니다.

반대로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되거나 한반도의 긴장이 조성될 경우 북한 채권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지난 2002년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20센트에서 10센트 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2005년에는 6자회담에서 북한이 원칙적으로 핵 포기를 약속한 데 힘입어 다시 20센트 대로 올랐습니다. 이어 이듬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다시 10센트 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북한 채권은 지난 2008년 가을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악재가 이어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금융위기에 대응해 채권을 팔고 현금 확보에 나서는 바람에 북한 채권 가격은 2009년 6센트까지 폭락했습니다. 그 뒤 다시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10센트 초반에 머무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그조틱스의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수석 조사역입니다.

[녹취: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이그조틱스 수석 조사역] “I think there was...”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이미 금융위기의 여파로 북한 채권 가격이 내려갈만큼 내려갔기 때문에 가격변동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며칠만에 거래가 끊겼습니다. 가격도 14센트에서 16센트로 오른 뒤 변동이 없는 상태입니다. 미국의 금융거래 대행사인 아우어바흐 그레이슨 (Auerbach Grayson)의 팀 슬러터 이사입니다.

[녹취: 팀 슬러터, 아우어바흐 그레이슨 이사] “We had a bit of...”

국제금융위기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채권처럼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을 회피하려는 경향은 여전하다는 겁니다.

국제금융시장이 이렇게 위축돼 있는데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투자기금인 글로벌 이볼루션(Global Evolution)의 모턴 부게 투자관리 본부장입니다.

[녹취: 모턴 부게, 글로벌 이볼루션 투자관리 본부장] “The uncertainty obviously...”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빠르게 변하고는 있지만 언제 군부나 또다른 실력자로 권력이 넘어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그조틱스의 컬버하우스 수석 조사역도 투자자들이 북한의 새 지도부가 어떤 행보를 취할지 더 두고 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주로 예정된 미국과 북한의 베이징 회담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 만큼, 핵 문제에 대한 북한 새 지도부의 입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