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이 미국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참전 중인 장병들의 자녀가 정신건강에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데요. 어떤 근거가 있는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문)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부모를 둔 자녀들의 심정이 어떤지 좀 들여다 봤다고 해야 하나요?

답) 심정도 심정이지만 어린이들이 그걸 어떤 식으로 표출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연구입니다. 정신적 압박을 스스로 설명하기 힘든 3살에서 8살까지 어린이들이 연구대상이니까요. 따라서 자신의 심리상태를 어떤 행동으로든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가 좀 우려스럽다는 겁니다.

문) 부모가 참전 중이라면 자녀들 입장에서 당연히 불안하겠죠. 그게 행동상의 장애로 이어진다는 건가요?

답) 적어도 통계상으로는 심상치 않습니다. 미국의 ‘Pediatrics’라고 하는 소아과학 전문지 최신호에 실린 내용인데요.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참전 중인 64만 명 어린이들의 의료기록을 일일이 뒤져봤더니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우가 보통 아이들 보다 11%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문) 3살에서 8살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어떤 문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을까요?

답) 미국에서 흔히 ADD라고 부르는 ‘주의력 결여 장애’가 가장 많았구요. 적응장애, 자폐증세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흔히 기분장애라고 하죠? 감정과 욕구충동장애를 총칭하는데 조울증이 대표적이죠, 그런 문제를 겪는다는 겁니다. (어린이들이요?)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불안장애, 반항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문제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문) 불안해 하고, 적대적이고, 정상적인 발달도 늦어지고… 증세 명칭만 봐도 해당 어린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겠는데요.

답) 전투 현장만 긴장감이 감도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투를 벌이고 있을 부모를 기다리는 자녀들도 상당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질환 있지 않습니까? 전쟁이나 고문, 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에 계속해서 공포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하는데요. 8살도 안 돼 벌써 이런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문) 어린 나이긴 하지만 부모가 전투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아니, 오히려 어린 나이기 때문에 더 받아들이기 힘들겠네요.

답) 부모가 언제든 사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물론 그렇겠구요. 한창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한쪽 부모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한 가지 예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주의력 결여장애나 자폐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들이 부모가 전장에 나가 있을 때 그 증세가 더 심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이번에 공개됐습니다.

문) 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봤듯이 한 번 파병됐다 돌아오면 임무가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또다시 전장에 배치되는 경우도 흔하지 않습니까?

답) 바로 그 경우요, 그러니까 참전했다 돌아온 부모가 다시 재파병되는 상황, 이 경우에 어린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특히 큰 타격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 세 번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구요,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부모가 곁에 없을 때 더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문) 그건 또 새로운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겠어요.

답) 그렇습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럴 경우 가족과의 재회가 매번 더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어린 자녀들도 그동안 익숙했던 상황이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오히려 불안해 하고 그러다 보면 부모 중 한쪽은 또다시 전장으로 떠난다는 거죠. 시간이 지난 뒤 가족으로서의 결합 자체가 어려운 쪽으로 간다는 지적입니다.

문) 참전한 부모가 남기고 간 큰 공백을 메워줄 뭔가가 없을까요? 가령 친척들과 함께 산다든지, 아무래도 대가족 속에서 자라면 허전함은 덜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답)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부모가 참전한 뒤에 친척들과 함께 사는 어린이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빈도가 낮은 건 분명합니다. (좋은 신호인가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친척들이다 보니까 아이들의 행동장애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또 뭐가 비정상적 행동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모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보고서에 있었구요.

문) 아무래도 부모만 못하겠죠. 그나저나 그렇게 애를 태우면서 기다리는데 부모가 전사까지 한다면 자녀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 되겠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2001년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해외파병 미군 전사자 수가 5천4백73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부상자는 3만8천76명까지 늘어났구요. 이런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또 현지 전세와도 직접적인 관계 없이 조용히 멍들어 가는 게 바로 참전 장병들의 가족, 그 중에서도 어린 자녀들이라는 겁니다.

문) 예. 장기적으론 미군의 파병 원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겠네요. 연속 파병을 삼간다든가 장병들이 파병 일정을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말이죠.

답) 군 내부에서도 이미 그런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에 참전한 부모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한 압박에 시달린다는 연구 보고서 내용 살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