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아주 가까이서 찍은 사진들이 공개됐습니다. 독일의 사진 작가가 촬영한 것인데요. 이 작가는 현장에서 출연자들과 눈을 맞추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아리랑 공연을 촬영한 독일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베르너 크란베트보겔씨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 크란베트보겔 씨,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가까이서 찍은 아리랑 공연 모습은 최초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카드 섹션에 동원된 학생들의 얼굴과 손까지 보이더군요.

답) 처음부터 집단체조 전체 모습보다 거기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짓과 표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무려 10만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공연 아닙니까? 관중석이 아니라  참가자들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들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

) 사진을 보니까 거의 운동장까지 내려가신 것 같던데요?

답) 운동장에 발을 디디진 못했지만 바로 1미터 앞까지 내려갔습니다. 관중석에서도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을 했구요. 더 많이 움직이면서 아리랑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 북한 당국으로부터 그만큼이라도 허가를 받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답)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으려고 1년 넘게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전 독일에 사는데 북한 측과 어떻게 접촉해야 할 지 막연하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평양 주재 독일대사와 스위스 대사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시엔 그 곳 전자우편 주소도 몰랐으니까요. 그랬더니 그쪽에서 전자우편으로 연락을 주더라구요. 알아 보긴 하겠지만 확답은 못하겠다구요.

) 결국 베이징 고려여행사 쪽을 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답) 예.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도 결국 고려여행사 쪽으로 연결을 시켜주더군요. 그래서 고려여행사 닉 보너 대표에게 사정 얘길 했고 그가 북한 내 지인들을 활용해서 아리랑 촬영이 성사됐습니다. 아주 힘들었습니다.

) 촬영장비를 많이 가져가셨을텐데 평양 순안공항에서 문제 삼진 않던가요?

답) 왜 아니었겠습니까? 북한에서 허가를 받았다 해도 그게 구두약속이었거든요. 서류 형태로 허가증 같은 걸 받은 게 아니었단 말입니다. 그러니 입국할 때 당연히 공항에서 절차가 복잡했죠. 카메라 2대에 렌즈는 아주 큰 걸로 4개나 되죠, 거기다 컴퓨터까지, 그러니까 공항 검색대에서 무슨 폭탄이라도 찾는 것처럼 샅샅이 뒤지더라구요. 공항에 마중나온 안내원들이 괜찮다고 설득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결국 아리랑 공연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셨는데, 어떠셨어요? 어린 학생들까지 훈련에 동원해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있거든요.

답)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랑 공연 참가자는 자신이 공연에 참가한다는데 상당히 고무된 듯한 표정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열심히들 했구요. 제 조국인 독일도 분단 현실을 겪었잖아요. 전 서독 출신입니다만, 과거 독일에도 아리랑과 비슷한 집단 체조가 있었거든요. 이 둘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어떤 차이를 느끼셨는데요?

답) 과거 동독의 집단체조도 규모에 있어서는 아리랑 보다 물론 작지만 내용은 비슷해요. 다만 동독에선 ‘대중을 위한 체육’ 느낌이 많이 드는데 북한에선 집단체조에 체육 뿐 아니라 예술적인 성격을 많이 가미했더군요. 물론 당시에 동독의 집단체조에 대한 비난도 없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정치색이 짙은 공연이었으니까요.

) 그렇게 분단을 경험한 독일 출신이라 북한의 아리랑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답) 나중엔 그렇게 됐지만 계기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우연히 아리랑 공연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접했습니다. 굉장히 끌렸고 공연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희망이 10년 뒤에나 이뤄졌죠. 2005년 처음 북한 여행을 갔고 그 때 처음으로 아리랑 공연을 봤습니다. 물론 그 때도 많은 사진을 담아왔구요.

) 그럼 2009년에 다시 가서 아리랑 사진을 찍게된 이유는요?

답) 2005년에 갔을 땐 일반 관광객으로 가서, 카메라도 변변치 않았고, 공연 내내 운동장과 멀리 떨어진 관람석에만 앉아 있었거든요. 찍어온 사진 질도 당연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구요. 그래서 그 힘든 허가 절차를 밟아 2009년에 다시 간겁니다.

) 아리랑 말고 북한의 다른 곳들도 둘러보셨나요? 일반 거리 사진도 좀 찍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답) 백두산 말고는 주로 평양에 머물렀는데요. 제가 머물던 고려호텔 앞에 산책을 나가려고 하는데 북한 안내원들이 카메라는 객실에 두고 나가자고 하더군요. 또 한번은 대동강변에서 군인들이 모여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당장 카메라를 들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때 안내원들이 막 화를 내면서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 지우라고 하더군요. 제가 거리에서 혹시 몰래 사진을 찍지 않는지 신경을 많이 쓰더라구요.

) 또 북한에 가서 아리랑 공연 사진을 담아올 계획이신지요?

답) 예. 그러고 싶습니다. 정말 찍고 싶었던 장면은 아리랑 공연의 뒷무대였거든요. 공연을 앞둔 참가자들이 바쁘게 준비하는 모습들 있잖아요. 복장도 점검하고 몸도 풀고 동작도 맞춰보고 하는 무대 뒤의 움직임들이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북측이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막았습니다. 내년에 다시 한 번 공연을 보고 싶은데 그 때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또 부지런히 수속을 밟아야 겠네요.

진행자: 지금까지 독일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베르너 크란베트보겔씨로부터 북한의 아리랑 공연 촬영에 얽힌 얘길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