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망한 김 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를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기구인 한미경제연구소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외교협회 등 3개 단체는 20일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한반도: 불확실성과 도전, 기회’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토론회에서,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인 김정은으로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북한이 비교적 조용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 두 달 후면 막후에서 군부와 당,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등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느낄 수는 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김 위원장이 몇 년 더 살았다면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보다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지난 해 김정은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두 차례 도발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권력 이양기인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적어도 몇 달 간은 최대 후원자가 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실장도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이후 서둘러 수립된 권력 승계 계획은 10년 정도 걸리는 계획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실장은 그 같은 상황 때문에 김정은이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처럼 어린 나이에 서둘러서 권력을 승계하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빅터 차 실장은 북한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도부에 속하는 세대는 중국 텐안먼 광장 민주화 시위, 루마니아 지도자 차우세스코 처형, 구 소련 붕괴, 아랍 민주화 시위 등을 목격한 세대로,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며, 따라서 중국의 덩샤오핑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아닌 이상 개혁을 이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차 실장은 또 김 위원장이 권좌에 오르던 1994년과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는 지금의 북한사회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이외에 시장이라는 유산을 남겼고, 이에 따라 북한사회에 시장지향적 사고와 독립적 사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외교협회의 스캇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족벌체제라는 점에서 20대인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외부세계의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면 권력 이양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는 어렵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며칠만에 북한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것도 북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조문을 가는 등 중국이 벌써부터 강력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북한 권력 이양기의 불안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역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에서 중동의 민주화 시위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휴대전화 등을 통한 빠른 정보 유통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실장은 북한에서 주민들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에 이미 시장과 시장지향적 사고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