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후계자로 사실상 내정된 데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문) 김정은에 대한 북한의 이번 인사에 대해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은 권력 승계로 단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하던데요.

답) 그렇습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은 오늘(2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3남인 김정은이 결정된 것과 관련해 “아직 단정적으로 보지 않는 편이 좋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에하라 외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 내부에 대해 좀더 확인하고 분석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도 오늘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사와 관련해서 “후계자로 결정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역시 마에하라 외무상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핵과 미사일,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의 내부 변화 여부를 앞으로도 주시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간 나오토 총리는 어젯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대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미국 등 관계국들과 정보교환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내부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이번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답)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오늘자 사설에서 김정은으로의 북한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 일제히 3대 세습의 길이 불안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세습 3대 변함 없는 난국’ 제하의 사설에서 “김정일로부터 김정은으로의 세습은 김일성 시대였던 1970년대부터 20여 년에 걸쳐 김정일이 권력을 이어받았던 이전의 세습에 비해 상당한 초조감을 보이며 전개되고 있다”면서 “이는 2년 전 쓰러졌던 김정일의 건강 문제라는 절박한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정은에 대해서는 공적 활동 이력이나 나이 조차도 공식적으로 전해진 것이 없다”면서 친족을 등용해 후계체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불가결한 경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이) 위기에 처한 경제를 회생시키고 식량을 확보하려면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전망이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하려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도 ‘불안정성 커진 3대 세습의 길’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이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를 연 것은 흔들리는 김정일 체제를 어떻게든지 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북한 신체제의 과제는 파탄된 경제의 재건이지만 현실은 핵실험 강행 등의 결과 국제사회로부터 거듭된 경제 제재를 불러 스스로 체제 약체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일본 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후계체제를 계기로 경제개방 정책을 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3대 후계 체제를 공식화한 데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경제 개방으로 방향 전환을 이룰 수 있느냐에 따라 후계체제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북한경제 전문가인 미무라 미쓰히로 에리나 (ERINA)연구소 연구주임은 “북한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종래의 경제정책을 전환해 더욱 개방적인 경제 모델을 확립하고자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미무라 연구주임은 북한이 이처럼 경제정책을 바꾸려는 배경에는 중국의 요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중국의 경제 개방과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은 경제 개방을 했다가 정치개혁 요구가 분출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통제경제로 이익을 얻은 기득권층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데다, 화폐개혁 이후 빚어진 물자 부족 탓에 지금까지의 계획경제를 존속시키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미무라 연구주임은 북한이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서 안정적인 통치체제를 구축한 뒤에 북한 스스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설정한 2012년까지 개방적인 발전 전략으로 연결될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문) 일본은 북한과 관련해 납치 피해자 문제가 현안인데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북한의 권력승계 인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권력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인 이즈카 시게오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있는 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일정책의 강경한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권력승계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면 ‘오히려 납치자 문제에 대한 교섭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납치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모친은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나라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본이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시 한번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가족들은 “북한이 생존하려면 국제 협조를 받는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