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 독일에서 미국의 전직 정부 관리들과 북한 외무성 관리들 간의 토론회가 개최됐다는 소식 이미 전해 드렸는데요. 1년 가까운 물밑접촉을 통해 회의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양측의 만남을 주선한 미국 민간단체 아스펜연구소 독일 지부 찰스 킹 말로리 소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말로리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미국과 북한 인사들 간의 정책토론회를 열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 무엇보다 미-북간 소통 창구를 만들어 보자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 동안 대화 통로가 제대로 뚫리지 못해 양측 모두 뭔가 상호관계를 풀만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으니까요.

문) 토론회가 개최된 장소가 특이합니다. 독일 남부에 있는 유명한 성에서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답) 언론의 주목을 좀 피하려고 했죠. 잘 안되긴 했지만요. 20명 가까운 참석 인원이 모두 한 지붕 밑에서 잠을 자면 회의 효율성이 더 높다는 과거 경험도 한 몫 했습니다. 또 오직 미-북 당사자들만 그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기도 했습니다. 회의 장소가 유명한 성이 맞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을 시도한 독일 군의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버그 대령 가족이 소유한 곳이니까요.

문) 이번 토론회가 성사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이신 걸로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죠?

답) 지난 해 4월 말부터 일을 진행시켰습니다. 거의 11개월이 걸렸네요.

문) 지난 해 4월이라고 하셨는데 그 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답) 아스펜연구소 측이 미국 정부와 북한 정부 인사들을 각각 접촉했습니다. 양국 당국자들의 의견을 타진해 본 뒤 북한 측에 미국 전직 관리들과의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 겁니다.

문) 양국 정부 누구와 접촉을 하신 겁니까?

답)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 내 그런 일을 추진할 위치에 있는 다수의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사실만 얘기하겠습니다. 그 분들이 이름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겁니다.

문) 알겠습니다. 처음 북한 측에 의견을 타진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답) 북한 측은 처음부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관심을 확인한 후 즉각 미국 측 반응도 구했습니다. 북한 측이 토론회 개최를 위한 선행조건 같은 건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문) 11개월이라는 토론회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 많은 고비가 있었죠. 우선 북한 측의 관심을 확인해야 했구요, 미국 측의 동의도 구해야 했습니다. 또 토론회 의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그 밖에 미국 측 참석 인사를 선정하는 문제, 양측 참가자들의 이동과 숙박 문제… 바깥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작업에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문) 고비가 있었다는 건 뭔가 양측의 의견 충돌도 있고 그랬단 말씀인가요?

답) 그보다는 양측이 혹 오해할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가장 주력했습니다.

문) 양측이 뭔가 틀어질 일이 있긴 있었습니까?

답)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두세 번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지만 함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적 차이와 관련된 소통상의 충돌이었다는 점, 양측 다 말입니다. 그 정도로만 이해해 주십시오. 앞서 고비가 있었다는 말은 그래서 드린 겁니다.

문) 미국 측에선 전직 정부 인사 6명이 참석했는데요. 어떻게 선정된 겁니까?

답) 처음부터 12명이 넘지 않는 소규모 인사들을 선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선 전직 정부, 특히 백악관이나 국무부에서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던 고위층 인사들, 그리고 토론 의제에 정통한 전문가 집단, 이런 기준을 갖고 인물들을 물색했죠. 정부 인사들의 경우엔 공화, 민주 양당 인사들을 골고루 참여시켜 균형을 맞추려고 했구요. 북한이 미국의 초당적 입장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문) 그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 토론회가 열렸는데, 아직도 양측 사이에 어떤 의견과 제안들이 오갔는지는 밝히기 어려우신가요?

답) 어렵습니다. 이번에 논의된 5개 의제는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미-북 관계 정상화, 재래식 무기 감축과 신뢰구축 방안 마련, 경제협력, 평화조약 체결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구요. 그 이상은 공개하기 힘듭니다. 오직 북한만이 토론회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사안을 밝힐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문) 아스펜연구소 측에선 이번 토론회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저희 입장에선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우선 미-북 인사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 그리고 중요한 주제를 놓고 오랜만에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귀국길에 오른 북측 참가자들의 표정이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미국 측 인사들도 마찬가지였구요.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행동은 이제 그들 몫입니다.

문) 말로리 소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