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 대학 찰스 암스트롱 교수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 왔습니다. 개인 차원의 비공식 방문이었지만 평양과 지방 곳곳에서 보고 들은 생생한 현지 실상을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 전했는데요. 암스트롱 교수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북한을 다녀오셨는데요. 학술 교류 차원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답) 교류라고 할 순 없습니다. 공식적으론 관광객 신분으로 입국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의 학자들과 동행한 건 맞습니다.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 아브라함 김 부소장과 우드로우 윌슨 센터 제임스 펄슨 연구원, 그리고 3명의 미국인 학생들과 함께 북한에 갔습니다.

문) 학술 교류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럼 북한 내부 인사는 안 만나신 건가요?

답) 북한의 교수들과 연구원들을 만났습니다. 정확히 어떤 사람들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북한 외무성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북한 정권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과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문) 혹시 북한 내부 현황, 특히 식량 사정에 대해선 얘길 들으신 게 있나요?

답) 10년 전엔 분명히 식량 사정이 나빴지만 현재는 훨씬 좋아졌다는 얘길 하더군요. 그래서 평안도는 좋아 보이는데, 함경북도와 같은 북동부 지역 식량 사정은 어떠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모두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주민들 먹을 거리가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 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납득이 잘 안가는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식량 사정의 실상이 어떤지 좀 혼란스럽습니다.

문) 그야말로 모순되는 부분이네요. 그럼 외부 식량 지원과 관련된 얘긴 하나도 안 하던가요?

답) 특별히 식량 지원에 대한 얘긴 못 들었습니다. 그냥 식량 사정이 괜찮다, 특히 10년 전에 비해선 훨씬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1990년대 극심한 기아 사태에 대해 솔직히 얘길 나눴습니다. 물론 그들은 외부 제재가 해제돼야 하고 경제 교류가 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북한이 개발에 필요한 자원은 갖고 있다는 거죠. 외부의 장기적 지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는 투였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장기적 개발을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단순히 지원을 하기 보다는.

문) 그게 바로 서방 국가들이 북한에 원하는 바 아닙니까?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원 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게 우선이다, 그런 논리 말이죠. 그런데 오히려 북한 측 인사가 그런 얘길 했다니 상당히 흥미롭네요.

답) 제가 거기서 들은 얘기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경제 개발이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발전하려면 외부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구요. 그래야 북한이 외부 시장과 국제 금융 시장에 접근해 차관도 좀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식량 지원에 관심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어쨌든 북한 인사들은 식량지원에 의존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듯 보였습니다.

문)식량 문제는 그렇고,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던가요?

답) 북한 측 인사들로부터 김정은과 관련된 솔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정은을 ‘대장’이라고 부르더군요. 현지지도를 자주 하는데 능력이 많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하지만 특이한 건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 확실하지 않다, 그런 태도였나요, 아니면 거기에 대해 말을 아낀 건가요? 어느 쪽이었습니까?

답) 제가 느끼기엔 그들이 후계 문제에 대해선 확신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공식적 입장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다, 이렇게 단정짓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군요. 교수님께서 한국말을 이해하시니까, 정확히 그들이 어떤 표현을 쓴 건가요? “잘 모르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확실하지 않다”는 건가요?

답) 잘 모르겠다는 반응은 분명히 아니었구요. 후계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김정은의 능력을 강조하면서 그가 차기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승계 여부를 물어보면 대답을 피했습니다. 아마 북한 당국이 김정은 후계구도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 그럼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나 선전 과정을 좀 목격하신 게 있나요?

답) 그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왜냐하면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나 선전 구호들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전 구호는 그렇게 넘쳐 나는데 말입니다. 김정은과 관련된 구호는  ‘수령복, 장군복, 대장복’, 이 유일했습니다. 이 문구만큼은 호텔을 비롯해 평양과 지방에서 몇 차례 봤습니다.

문)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능력과 같은 다소 민감한 사안들도 말씀을 나누셨는지요?

답) 미사일에 대해선 설명을 들었습니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소위 인공위성 개발 현황을 죽 소개하더군요. 탄도미사일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시종일관 인공위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인공위성을 쏴 올렸다면서 상당히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바깥 세상에선 북한의 위성 발사 시도가 실패한 걸로 결론지었는데 말입니다. 핵 문제에 대해선 많은 얘길 나누지 않았지만 핵무기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억지 수단이라는 걸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현 남북관계나 미-북관계와 같은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셨습니까?

답) 예. 서로 공통 분모를 찾긴 힘들었지만 서로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남북한 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서도 남측의 도발에 북한이 대응한 것뿐이라는 주장을 거듭했구요.  북한이 한국과의 단기적 관계 개선 보다는 내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2012년 강성대국을 많이들 강조해서 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 지 물어봤습니다. 그 때 마다 늘 거창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기술 개발, 소비재 개선, 식량 문제 해결, 이런 다소 모호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나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걸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문) 북한에 8일을 머무셨는데 어디 어디를 둘러보셨나요?

답) 김일성 종합대학, 평양 과학기술대학과 같은 교육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곳들을 다녔습니다. 평양을 비롯해서 개성, 남포, 묘향산, 판문점 등을 둘러봤습니다. 지난 2008년 개성에 갔었던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번에 아주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문) 지난 번 방북과 달라진 점이 많이 눈에 띄셨나요?

답) 3년 전에 비해서 확실히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평양이 그랬습니다. 길거리에 차도 많아지고 시장 활동도 더 활발해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관광객들과 정말 많이 마주쳤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이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늘어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문) 학교들을 둘러보셨다고 했는데 시설을 두루두루 살펴 보셨나요?

답) 예. 평양 과기대에선 실험실을 보진 못했지만 교실과 다른 시설들을 돌아 봤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숙사와 학교 식당의 시설과 음식이 북한의 다른 학교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북한 최고 학생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으로 보였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에서는 전자 도서관을 봤는데 일종의 보여주기 용으로 갖춰놓은 곳이었습니다.

문) 암스트롱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근 북한을 다녀온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찰스 암스트롱 교수로부터 현지 실상과 방북 뒷얘기 등을 들어 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