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엔이 주도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 (IIS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대북 협상의 진전을 위한 수단으로 기존의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실질적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이 연구소는 `대전략으로서의 제재’ (Sanctions as grand strategy) 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제재가 아주 어려운 대상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유엔에서 제재 결의가 통과돼도 많은 나라들의 적극적인 이행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제재 이행은 제재가 실효를 거두는 데 있어서 ‘아킬레스의 건’ 즉,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호주 국립대학교 국방연구소의 브랜단 테일러 박사는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정책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이며, 미국 역시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대북 제재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북 제재를 활용하고 있다고 테일러 박사는 말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대북 제재 지원에 합류시켜 북한의 고립감을 높이는 등 북한이 치러야 할 심리적 대가를 높이려 한다는 것입니다.  

테일러 박사는 중국은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책임감 있는 나라의 이미지를 나타내 보이려 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대북 제재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과거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는 미국이 원하는 것보다 약화된 형태로 채택됐다며, 그러나 중국이 대북 제재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은 대북 제재에 중국을 동참시킴으로써, 역사적 동맹인 북한과 중국의 전략적 거리를 벌이려고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테일러 박사는 미국 정부가 기존 제재를 좀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 주요 단계에서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보상책으로 기존의 제재 해제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안은 미국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협상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테일러 박사는 말했습니다.

테일러 박사는 또 제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 정부는 한 나라의 지도자나 주요 기업인들로 대상을 좁혀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스마트 제재’를 중점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05년과 2006년 북한과 거래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는 것입니다.  

테일러 박사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과 같은 금융 제재는 지금까지 이뤄진 대북 제재 가운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례라며, 북한은 이로 인해 자신들이 국제금융체제에서 완전히 차단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