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의회로부터 아직 올해 예산안을 승인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최종 시한인 다음달 4일을 넘길 경우 연방정부 폐쇄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천일교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죠.

문) 미국 연방의회가 아직 올해 회계연도 예산안을 정식 승인하지 못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회계 연도 주기는 전년도 10월 1일 부터 그 다음해 9월 30일 까지로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10월에 시작된 2011회계연도 예산안이 반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의회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해서 정부 재정이 현재 임시 예산으로 겨우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 임시 예산 운영이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텐데요. 이제 예산 승인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죠?

답) 네. 오는 3월4일까지 예산안이 승인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가까스로 다시 한번 임시 예산안으로 정부가 운영될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연방 상원에서 민주, 공화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일 양쪽의 입장 차에 큰 진전이 없다면 결국 연방정부는 폐쇄돼 공무원들은 휴업에 들어가고 각종 행정 업무는 마비가 되고 맙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2월, 올해 예산안으로 3조8천340억 달러를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방 하원은 여기에서 14% 수준인 615억 달러가 줄어든 예산안을 상원으로 넘긴 상탭니다.

문)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다… 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최악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답) 미국의 연방공무원 규모는 약 200만 명에 달합니다.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운영하는 이 일꾼들이 봉급을 받지 못하고 강제 휴가에 들어간다면 각종 행정과 민원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쓰레기 수거 중단으로 인한 불편 같은 것은 아주 기본이고요. 여권이나 비자발급 등도 중단되고 사회보장업무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또 한가지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경우 100% 연방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예 도심 기능이 마비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물론 아무리 연방정부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집무실과 연방의회는 문을 닫지 않고 이들 공직자들의 급여도 정상 지급됩니다.

문) 그렇군요. 그렇다면 미국 의회에서는 정부가 폐쇄되는 최악의 사태를 그냥 지켜보겠다는 겁니까?

답) 물론 상-하원의 중진의원들은 여야가 한발씩만 양보하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합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연방하원이 대규모 삭감 예산안을 승인한 데 대해 바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는데요. 공화당은 또 공화당 나름대로 삭감폭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불만을 갖는 등 합의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 그런데 야당인 공화당과 오바마 행정부를 위시한 민주당의 견해차는 어떤 것들입니까?

답) 일단 다소 진보적인 성향의 민주당과 보수적인 성향의 공화당은 정치 이념부터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은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부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하고  기초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과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공화당은 자유주의와 시장주의의 원리를 큰 가치로 여기며 국민의 세금을 낮추고 정부 예산 규모도 줄여서 시민생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가능한 한 줄이자는 입장입니다. 그렇다 보니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개혁이나 온실가스감축 등 개혁정책에 공화당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문)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공화당의 반발이 그렇게 큰 겁니까?

답) 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011회계연도에 1조6천 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미국 1년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입니다.  미국은 내년까지 4년 연속 1조 달러가 넘는 적자 상황이 예상되는데요. 공화당이 올해뿐 아니라 2012년도 예산안도 최소한 610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입니다.

문)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가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실제로 아예 문을 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요. 그러다 가장 최근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역시 공화당의 반대로 연방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총 26일 동안이나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었습니다. 그런데 연방정부 폐쇄사태가 이때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80회계연도에는 무려 6차례나 폐쇄된 적이 있고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비록 3일씩 짧은 기간이었지만 총 9번이나 정부가 문을 닫았습니다.

문) 그런데 미국은 지난 2001년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 이후 어느 때보다 테러 위협이 높은 상황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태평성대를 이루던 1990년대 상황과 지금의 미국은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 대항하는 각종 테러국가들과 지원국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정부가 폐쇄되면 각종 안보 체계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과 피해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화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또 다른 임시 예산안을 들고 나왔는데요. 이 예산안은 일단 올해 회계 연도가 마감되는 오는 9월 30일까지 심의 시한을 더 연장하고 그 때까지 임시 예산으로 운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시 예산을 넉넉하게 잡은 것은 아니어서 민주당 측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런 사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네. 백악관이 지난 22일 연방정부 폐쇄사태에 대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물론 비상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 1980년 이래 연방정부 폐쇄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어떠한 비상상황에도 준비돼 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는데요. 그간 각 행정 부처별로 정기적으로 이 비상계획을 최신 상황에 맞게 수정해 왔다고 하니 지켜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올해 예산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연방정부 폐쇄사태가 우려된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