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이 당장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려면 장성택 등 친위세력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한결같이 ‘불확실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한 문제를 전담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문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최근까지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 씨도 북한 권력 상황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틀림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즈워스 씨는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이 당장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준비가 안 된 지도자’라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어린데다 국정 경험도 부족해 과연 권력을 장악할 지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반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다소 어려움을 겪기는 하겠지만 권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정은이 당.정.군 핵심세력의 도움을 받아 1-2년 안에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특히 북한의 군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군부가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 군부가 대체로 김정은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군부의 몇몇 원로 인사가 김정은의 권력 세습에 반대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군부 움직임을 볼때 대체로 김정은을 지지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해 9월 후계자로 등장한 이래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던 이른바 ‘백두산 줄기’ 2세대를 비롯한 신군부 인사 수 십 명을 고속 승진시키며 군부 내 자신의 세력을 심어왔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으려면 당.정.군의 핵심세력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정 경험이 풍부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레그 전 대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자신의 매부 장성택과 누이 김경희를 요직에 배치해놨기 때문이 이들이 원로 인사들과 함께 김정은 권력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렌트 스코우크로포트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당분간 김정일 장례를 치르며 대남 도발을 삼간 채 기존 정책 흐름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