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나 눈 대신 새들이 땅으로 쏟아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시겠습니까?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수천 마리가 죽은 채로 떨어진다면 말입니다. 미국에서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열흘 사이에 벌써 네 번짼데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문) 죽은 새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참 이상한 일이네요. 새해 초부터 지금 몇 일 간격으로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 아칸소 주에서 시작됐는데요. 2011년 새해를 정확히 30분 앞두고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칸소 주 비브시에서 죽은 새떼가 비처럼 쏟아지는 끔찍한 광경이 연출된 겁니다. 새들이 민가 지붕과 정원 등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는데요. 그 수가 무려 5천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 이게 웬일인가 많이들 놀랐는데 그게 끝이 아니더군요. 그런 일이 또 발생했죠?

답) 예. 바로 닷새만입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로 무대만 바뀌었을 뿐인데요. 이번엔 붉은어깨찌르레기 5백 마리가 죽은 채 도로 위에 떨어졌습니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도 찌르레기와 울새 수백 마리가 떨어졌구요. 그리고 바로 사흘 만에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1백 마리 이상의 죽은 새들이 발견됐습니다.

문) 주민들이 그야말로 기겁했을 것 같은데요. 죽은 새떼 얘길 하고 있습니다만, 물고기의 떼죽음 소식도 있었어요.

답) 물고기의 경우가 사실 새보다 심각합니다. 규모부터가 다릅니다. 찌르레기 떼죽음이 발생한 아칸소 주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지난 달 30일 아칸소 강에서 민어과에 속하는 드럼피시 10만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 메릴랜드 주 체사피크 만에서는 무려 2백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문) 새해 들어 한 열흘 동안 그야말로 수천 마리의 새떼가 줄줄이 추락사하고 수백 만 마리의 물고기가 한꺼번에 죽는 일이 발생한 건데, 이쯤 되면 심상치 않은 거 아닙니까?

답) 여기저기 흩어진 동물들 사체가 끔찍하기도 하지만, 영문도 모르고 동물들의 떼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재앙의 전조가 아니겠느냐, 그런 우렵니다.

문) 동물들이 천재지변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한다, 그런 얘기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답)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 발생 며칠 전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도로를 뒤덮고 이동하는 이상행동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또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덮쳤는데도 동물 사체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습니다. 동물들이 미리 감지하고 고지대로 대피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문) 그런 상황을 떠올리니까 사람들이 자꾸 불안해 하는 건데요. 그런 불안감 때문인지 이번 동물들의 떼죽음을 놓고 미국에서도 별의별 설들이 다 떠돌더군요.

답) 참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개중에는 웃지 못할 이론, 관측들도 제법 있습니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그런 내용들이 많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무슨 정부의 비밀 실험 때문이라느니, 내년 지구종말의 도래에 따른 선과 악의 대결 조짐이라느니 하는 일종의 음모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문)자꾸 기괴한 일이 잇따르니까 처음에는 별 일 아니겠지 했던 사람들조차 점점 불안해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전문가들은 별 일 아니라는 입장이라면서요?

답) 네. 하늘에서 새의 주검이 비처럼 쏟아지고 눈이 퀭한 물고기 사체가 수면을 가득 채우는 게 물론 섬뜩하긴 하지만 이런 현상이 새로울 건 없다는 주장입니다. 환경생태학자들 얘길 들어보면 야생동물의 떼죽음 사건은 그 동안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생태계에선 늘 있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문) 일반적 현상이라면 공식적인 자료도 있는 건가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야생보건센터 홈페이지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캘리포니아에서 2천7백50마리의 갈매기가, 그리고 9월에 텍사스 주 휴스턴에선 4천3백 마리의 청둥오리, 물닭 같은 새들이 떼죽음 당했다고 합니다. 1천 마리가 넘는 새들이 추락사한 경우가 지난 30년간 16번이 넘는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문)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건데요. 그럼 새해 한 열흘 동안 벌어진 현상만 놓고 볼 때요, 왜 동물들이 이렇게 떼죽음 당했을까요?

답) 몇 가지 분석이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죽은 새들이 벼락이나 새해맞이 폭죽에 맞았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칸소 주에서 집단 폐사한 찌르레기를 부검해 보니까 외부충격에 의한 심각한 내부출혈이 있더라는 겁니다. 따라서 당시 찌르레기가 앉아 있던 방향에서 진행됐던 신년 축하 불꽃놀이가 원인인 것 같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밖에 동물의 떼죽음 원인으로 질병, 탈진, 기상요인 등을 꼽고 있습니다.

문) 물고기들은요?

답) 매릴랜드 체사피크만의 물고기 떼죽음과 관련해선 지역 환경부가 이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물고기 개체수가 급증한 가운데 급작스런 추위 때문이라는 결론을 분명히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새해 1월1일부터 벌써 전세계적으로 30건의 조류, 어류의 떼죽음이 보고됐다고 합니다. 사인이야 어찌됐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말끔히 가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