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속철도 사업에서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중국 정부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철도 사업인 만큼 비리 규모도 엄청납니다. 백성원 기자와 함께 중국 고속철도 사업의 현주소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문) 중국 고속철도 사업이 계속 구설수에 오르네요.

답) 요즘 아주 시끄럽죠? 사업 비리에 연루된 철도부 관료들이 줄줄이 해임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엔 철도부 운수국장 겸 부총공사 직을 맡아온 인물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장수광’ 이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 중국의 대규모 고속철도 공사 대부분을 진두지휘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무슨 비리를 저질렀다는 건가요?

답) 현재까진 심각한 규율 위반을 했다, 이 정도까지만 알려졌는데요. 직무정지 당한 채 지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니까 곧 혐의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수광 전 운수국장은 부인과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베이징에 방 하나를 얻어 혼자 생활해 왔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도 이런 저런 얘기가 많았나 봅니다.

문) 중국 고속철도 사업 비리 문제가 이번에 갑자기 터진 건 아니죠? 몸통은 이미 지난 달에 드러나지 않았나요?

답) 그렇습니다. 초대형 비리 사건이 터진 건 지난 달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장수광 전 국장에 대한 이번 수사는 지난 달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금 언급하신 ‘몸통’에 해당하는 인물이 바로 ‘류즈진’ 철도 부장인데요. 지난 달 이 사람이 뇌물 수수 혐의로 전격 해임되면서 철도 비리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문) 철도부장이면 상당히 중요한 직책 아닙니까?

답) 장관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류즈진 철도부장 하면 중국 고속철 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데요. 지난 2003년부터 이 사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철도부 공산당 서기직도 맡아왔었는데 물론 지난 달 모두 박탈당했습니다.

문) 결국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검은 돈을 받은 게 문제가 된 거군요.

답) 그런 데 받은 돈 액수가 워낙 천문학적이라서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되는데요?) 무려 15억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원래는 여성 사업가의 부정 부패를 수사 중이었는데요. 류즈진 전 철도부장이 이 여성과 결탁해 막대한 중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발견하고 조사에 나선 겁니다.

문) 15억 달러면 상상이 잘 안 될 정도인데요. 뇌물도 뇌물이지만 류즈진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추문이 많더군요.

답) 범죄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만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았는데요. 첩이 18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렴한 공무원 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또 철도부에 같이 근무하던 친동생도 5년 전 거액 착복 혐의를 받았던 사실이 새롭게 주목을 받아서 더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문) 그러니까 몸통 격인 류즈진 전 철도부장이 한달 전 낙마하면서 이번에 장수광 운수국장까지 꼬리를 밟히게 된 거군요.

답) 줄줄이 엮인 겁니다. 장수광 국장은 류즈진이 철도부장으로 임명된 직후부터 승진가도를 달렸다고 하니까요. 따라서 류즈진의 비리가 드러나면서부터 장수광에 대한 조사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런 평가가 많았습니다. 중국 고속 철도사업의 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그 실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문) 이번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긴 했지만, 중국 고속철도 사업 하면 중국의 자랑 아닙니까?

답) 규모만 갖고 얘기하자면 중국의 자랑이 맞습니다. 최근 중국의 위상을 말해주듯 관련 사업 중 세계 최대이니까요. 총 연장 길이가 8천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빠른 게 중국의 고속 철도입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어두운 구석이 많습니다.

문) 이번 비리 사건도 그 중 하나겠지요.

답) 곪은 부분이 터진 거라고 봐야죠. 중국의 광대한 철도망을 독점한 철도부는 거대한 이권과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직원이 2백50만 명이라고 하니까 초대형 조직이죠? 이미 철로 주변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 왔습니다. 그런데도 부채는 1조3천억 위안에 이를 정도로 무리하게 고속철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 방만한 경영에 예산 낭비를 해 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겠네요.

답) 그렇지만 올해 철도 관련 예산만 해도 7천억 위안 정도라고 합니다. 이게 다 채권 발행과 은행 융자를 통해 운용하는 돈이거든요. 한 마디로 빚이라는 겁니다. 그럼 이런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그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 여기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