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핵 계획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밝혔습니다. 최근 발간된 체니 전 부통령의 회고록 중 북한 관련 부분을 정주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은 30일 발간된 `나의 시대’란 제목의 회고록에서 부시 행정부 2기 미국의 대북 외교는 미국의 차기 지도자들과 외교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해준다고 밝혔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우선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가 미국의 목표임을 분명히 했지만 국무부는 대북 협상을 진행하면서 북한이 뭔가에 합의하게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여겼다는 겁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그러면서 이 같은 실수는 미국 외교관들이 북한의 비타협적이고 부정직한 태도에 어느 때 보다 더 많이 양보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가장 효과적인 외교는 미국이 힘을 가진 위치에서 협상할 때 이뤄진다는 점이라고 체니 전 부통령은 밝혔습니다. 궁극적인 목표가 실질적인 비핵화임을 기억하면서, 부분적이고 진정성이 없거나, 또는 손상된 합의를 수용하기 보다 거부할 의지가 있을 때 훨씬 더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필요할 경우 군사력을 사용할 것임을 적대국들이 이해한다면, 적대국들이 협상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자신은 시리아 원자로를 직접 파괴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로 체니 전 부통령은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을 한 지 6개월 만에 시리아에 핵 확산을 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북한에 책임을 묻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불량국가들은 미국의 위협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효과적인 외교는 전략적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을 네 번째 교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보다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장려할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체니 전 부통령은 북한이 2006년 핵실험 당시 불과 1시간 전에 중국에 이를 통보한 데 대해 중국이 매우 불쾌감을 느낀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중국 등 6자회담 협력국들이 북한에 진정한 압박을 가하도록 하기 위해 그런 순간을 이용했어야 했다는 주장입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다섯 번째 교훈으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위치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할 때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한국 등 핵심 동맹국들이 소외감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체니 전 부통령은 효과적인 외교는 미국 외교관들이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의 최근 역사는 북한이 이후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매우 잘 보여줬다는 겁니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1994년 제네바 합의에 서명한 뒤 합의 조건을 위반하기 시작했고, 부시 행정부 때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들어 모든 위협과 요구를 또 다시 내놓았다고 체니 전 부통령은 밝혔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북한의 이런 반복적인 행태를 깨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체니 전 부통령은 회고록에서 지난 2007년 시리아가 건설한 원자로가 북한의 영변 핵 시설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 시리아와 북한 간 핵 협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또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국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자신에게 정보를 직접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 원자로는 당시 이스라엘 공군기의 폭격으로 파괴됐습니다.

체니 전 부통령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부통령을 지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89년부터 1993년까지는 국방장관으로 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