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주 중국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이뤄져서 관심을 모았는데요, 김연호 기자와 함께 캠벨 차관보의 이번 순방이 갖는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에 미국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캠벨 차관보가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한 거죠?

답) 그렇습니다.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초에 신임 인사차 한-중-일 세 나라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에는 캠벨 차관보가 미국 고위 관리로서 처음입니다. 데이비스 대표의 방문 때만 해도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따로 만나 식량 지원 문제를 협의할 정도로 대화 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모든 게 중단됐는데요, 미국은 지난 달 29일로 애도기간이 끝난 만큼 북한의 내부 상황과 대화 재개 방안에 대해서 관련국들과 서둘러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캠벨 차관보가 세 나라 중에 중국을 제일 먼저 찾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죠?

답) 네. 과거에도 그랬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뒤로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인데요, 북한 내부의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고 북한의 새 지도부를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중국과의 협의가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 중국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가 있었습니까?

답) 캠벨 차관보가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추이톈카이 부부장을 만났는데요,북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캠벨 차관보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죠.

모든 당사국들이 지금 상황에 신중하게 대처하면서 어떤 도발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중국 측에 강조했다는 건데요, 특히 북한의 새 지도부가 자제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중국이 분명히 알려줄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캠벨 차관보는 중국에 이어서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한 뒤에 이뤄진 방문이라 관심을 더 모았죠?

답) 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이간질하는 이른바 ‘통미봉남’을 노리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었는데요, 캠벨 차관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캠벨 차관보가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뒤에 기자들에게 한 말인데요,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국제사회와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캠벨 차관보의 이번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은 일본이었지요. 일본에서는 어떤 발언을 했나요?

답) 중국,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논의됐고, 긴밀한 국제공조가 강조됐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외무성에서 야마구치 쓰요시 부대신과 사사에 겐이치로 사무차관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했는데요, 중국을 포함한 주요 당사국들과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둘러싸고 대북 정보망을 더 강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미국과 한국에서 많았는데요, 그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캠벨 차관보의 발언을 들어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관련국들이 서로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걸로 압축할 수 있을 같군요. 그런데 캠벨 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통일, 외교 장관들이 중요한 발언을 했죠?

답) 네. 대북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유연하게 협력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밝혔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가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도 주목할만한데요,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면  협상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통미봉남’을 앞세워서 한국과 접촉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대화에 앞서 미-북 대화가 먼저 열려도 상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문) 이런 중요한 발언들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텐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답) 미국과 한국이 사전에 긴밀히 조율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연구원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직전에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룬만큼, 한국 정부도 이를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낸 거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신안보센타의 패트릭 크로닌 박사는 미국이 북한과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뜻도 담겨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과 대화통로를 열어 놓기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북한과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재개해서 불확실성을 없애는 일이고,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하느냐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크로닌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한-중-일 순방에 대해 김연호 기자와 함께 결산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