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지 오는 8일로 3주년이 됩니다. 일부 탈북자 지원단체들과 인권 관계자들은 베이징 올림픽의 후유증이 지금까지도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됐네요. 베이징 올림픽과 탈북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답) 탈북 인권운동가들과 탈북자들은 몇 가지 사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베이징 주재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 (UNHCR)를 통해 자유세계로 가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겁니다. 올림픽 개최 이전에는 적어도 30 명의 탈북자가 베이징의 UNHCR을 통해 미국 등 자유세계로 갔지만 이후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습니다.

문) 저도 기억이 납니다. 2008년 초에 미국 의원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징 주재 UNHCR에 발이 묶여 있는 탈북자들이 출국하도록 중국에 압력을 넣어달라는 서한을 보내었죠. (그렇습니다.) 당시 중국 당국의 의도는 뭐였습니까?

답)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제기하려는 국제사회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 탈북자 `청소 작업’을 벌였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지적입니다. 당시 한국의 ‘연합뉴스’ 등 외신들은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탈북자 단속을 전면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란 소식을 전했습니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탈북자들이 외국 공관에 진입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적 주목을 받을 뿐 아니라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이 단속을 강화한 이유였습니다.

문) 그러니까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UNHCR 과 외국 공관을 압박하고 탈북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는 얘기네요.

답)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주재 UNHCR은 올림픽 개최 1년 전인 2007년 7월부터 탈북자를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또 연변 조선족자치구에는 탈북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공고가 붙는 등 탈북자 색출 작업이 강화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올림픽 개막 직전인 2008년 7월 말 투먼 (도문)에서 탈북자들이 대거 버스에 실려 강제북송 되는 장면을 직접 취재해 보도하기도 했었습니다.

문) 그런데, 그런 올림픽 후유증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탈북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가요?

답) 맞습니다. 베이징 주재 UNHCR은 올림픽 이후 중국 당국의 반발로 사실상 탈북자 보호 업무를 과거처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과거 6개월 정도 대기하면 한국이나 제3국으로 떠날 수 있었던 중국 내 외교공관을 통한 길도 지금은 적어도 2년에서 길게는 4년까지 기다려야 겨우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밝혔습니다. 게다가 동북 3성에서 탈북자 보호 활동을 하던 수많은 한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이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거 본국으로 쫓겨나 탈북자들이 과거처럼 적극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문) 중국 당국이 선교사들을 어떻게 쫓아낸 겁니까?

답) 중국 내 복수의 소식통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중국 당국이 선교사들에 대한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개최 전에는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선교사들도 어렵지 않게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이후에는 분명한 투자와 사업 목적, 그리고 이윤을 어떻게 남겼고 중국인을 몇 명이나 고용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진 뒤 비자 발급을 결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을 돕던 많은 선교사들이 짐을 싸야 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지금 동북 3성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선교사들은 대부분 사업자 등록을 한 외형상 사업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선교사들에 대한 중국의 비자 발급 변화도 탈북자들에게 고스란히 악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중국 당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2007년부터 북-중 국경지역에 높은 철조망을 세우고 감시 카메라를 확대 설치했는데요. 이로 인해 탈북자들이 과거처럼 쉽게 도강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탈북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이나 인신매매 업자들과 연결된 선이 아니면 북한 주민들이 탈출을 거의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문) 이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답) 인권단체들은 국제사회의 대응이 매우 미미하다고 지적합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빌 프레릭 난민담당 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UNHCR이 너무 수동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UNHCR은 탈북자가 오기만 기다리는 등 제한적 역할만 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북한인권센터의 김상헌 이사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UNHCR과 관련 국가들이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국가에서 강력하게 요청이 있었더라면 중국 정부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텐데 일본 정부, 한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UNHCR 도 그렇고 전혀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UNHCR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미국의 소리’ 방송에 탈북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공론화 하는 것이 탈북자들에게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에 탈북자 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개선 조짐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