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와 평등을 강조하는 북한에 신흥 부유-특권층이 나타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북한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평양에는 고급 외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1천 달러가 넘는 손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신흥 부유-특권층이 생겨나고 있다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의 에이브러햄 김 부원장이 밝혔습니다.

에이브러햄 김 부원장은 지난 6월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한 뒤 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 ‘코리아 인사이트’에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김 부원장은 북한에 신흥 부유-특권층이 있다는 근거로 휴대전화, 손전화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북한의 손전화기 사업자인 ‘고려링크’에 따르면 손전화기를 구입하려면 가입비만 1천 달러가 듭니다.

또 손전화기 기기 구입비가 2백25달러에서 4백 달러에 매달 사용료로 20달러 이상을 내야 합니다. 따라서 손전화기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1천2백 달러가 듭니다.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3천원, 미화로 1-2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돈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손전화기 가입자가 60만 명에 이르는 것을 보면 북한에 구매력을 가진 부유층이 있다는 겁니다.

에이브러햄 김 부원장은 평양에 근무했던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달러로 외화상점에서 외제 물건을 구입하는 북한인이 늘어난 것은 물론 평양 여성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새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북한에 특권층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특권층은 주로 당 간부와 군 장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은 김정일이 하사하는 고급 외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탈북인총연합회 대표는 특권층은 전에도 있었지만 지난 20년간 장마당을 중심으로 돈을 번 신흥 상인계층이 생겨난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성처럼 장마당이 발달한 지역에서 축적된 자본이 평양으로 이동하면서 휴대폰은 물론 아파트가 3-5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통제 경제에 이런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신흥 상인계층이 부상하는 신호로 볼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신흥 부유층이 생겨난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당국의 배급이 중단되자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 나와 물건을 사고 팔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자 지방당과 중앙당 간부들도 장마당 상인의 뒤를 봐주고 각종 이권과 돈을 챙겼습니다.

이런 장마당 경제가 15년 이상 계속되면서 장마당에는 권력층과 결탁한 신흥 부유층이 등장했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탈북자 장해성 씨는 말했습니다.

“장마당은 보안서나 당에서 통제하거든요. 그러니까 돈을 먹여서 친하게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지요”

북한 내 신흥 부유층은 달러와 엔화 등 외화를 만지는 무역 부문에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민보안성이 지난 2009년에 펴낸 ‘법 투쟁 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를 보면 중고 자동차 6대를 외국에 넘기고 3천 달러를 챙긴 무역일군과, 5천 달러를 10여 명의 주민들에게 빌려주고 10%의 이자를 받는 방법으로 58만원을 번 여성 등이 등장합니다.  

신흥 부유층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한사회의 빈부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외제 자동차를 굴리며 1천 달러짜리 손전화기를 사는 부유층도 있지만 아직도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도 많습니다. 유엔 산하기관인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되는 6백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신흥 부유층과 그로 인한 빈부 격차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9년 11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정권은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을 억제하는 한편 상인들이 감춰놓은 돈을 회수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이같은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안찬일 대표입니다.

“당국의 힘으로 이를 되돌려 놓으려는 것이 2009년 11월 화폐개혁이었는데 실패했고, 정무원 총리가 사과까지 하는 것을 봐서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장마당 경제에 항복한 셈이고…”

전문가들은 평등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빈부 격차 문제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큰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