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북한은 6자회담이 마지막 열린 지난 2008년 12월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한국 측 입장에 맞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되풀이해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주장은 핵 보유국 지위 위에서 미국과의 담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2차 비핵화 회담에서 한국 측은 6자회담이 마지막 열렸던 지난 2008년 12월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또 다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로 맞섰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6자회담 본무대에서 핵 보유국 지위 위에서 군축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을 미국과 담판 짓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08년 12월 당시 6자는 2.13 합의에 기초한 3단계 협상 가운데 2단계인 핵 불능화와 신고 작업의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영변의 플루토늄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 11개 가운데 8 가지를 완료했고 다른 다섯 나라들은 그 대가로 지원키로 했던 중유 100만t 가운데 75만t 정도를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검증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등은 2단계 완료 전에 최소한 검증 원칙을 담은 의정서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북한은 핵 폐기 단계인 3단계에 가서야 논의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로 6자회담은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 측이 2008년 12월로 돌아가자고 요구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실험 잠정중단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사전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똑같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과거 불능화 조치 이행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돼야 한다”며 “UEP는 새롭게 등장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또한 중단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고 이어 지난 해에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즉, UEP를 공개하면서 협상 내용과 절차에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지난 19일 “대화에 앞서 전제조건을 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와 믿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에는 그 사이의 상황 변화를 기정 사실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북한은 2008년 12월 이후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상황 바뀐 것을 남측이 인정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겠어요?”

북한이 상황 변화를 강조하는 진짜 목적은 결국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 위에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UEP 중단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에서 쓸 카드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핵 군축회담을 하자는 평소 주장을 되풀이할 수도 있고 평화협정 문제 등 근본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는데 결국은 회담이 시작되느냐 아니냐의 가장 중심적 문제는 근본 문제에 있어서 한-미가 북한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 수 있는가 들어줄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되는가 하는 게 중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