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확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여전히 정책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의 식량 수요가 중요한 고려대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핵 문제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추석이 지나면서 한반도가 가을 수확기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맞춰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해 농작물 수확량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가을 수확기로 접어들면서 식량 지원의 긴급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신안보센터의 패트릭 크로닌 박사는 미국이 최근 북한에 보낸 수해 지원 물자가 소규모의 긴급 지원이었던 반면, 식량 지원은 이보다 논란의 소지가 더 크고 특히 가을 수확기에는 긴급하게 식량을 지원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도 가을 수확기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의 압력을 덜 느낄 수밖에 없는데다 다른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정치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재정적자 문제와 미-한 자유무역협정 비준 같은 중대 현안들을 의회와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에 호의를 베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계속 검토 중이며 아직 이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북 식량 지원은 순수한 인도적 문제인 만큼 북한에 실제로 식량 수요가 있고, 분배감시가 보장돼야 하며 다른 나라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세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가을 수확기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언제든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미국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북한의 분명한 약속을 기다리면서 이를 식량 지원과 연계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안보센터의 크로닌 박사는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약속할 경우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비판도 크게 수그러들 것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그만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해 긍정적인 얘기를 듣기 시작하면 첫 번째 상응 조치로 식량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의 만성적인 영양결핍 문제가 가을 수확기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은 늘 있다고 이들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