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류층들이 한국의 영상물을 더 적극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을 접하는 북한 주민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외부 방송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3명 중 1명 꼴로 한국 공영방송사가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인 한민족방송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방송공사 KBS 연구원인 이주철 박사는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남북물류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탈북자 4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민족방송 청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 한민족방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5%로 3명 가운데 1명 꼴로 나왔고 일주일에 한 두번 씩 규칙적으로 들은 사람도 15%나 됐습니다.

이 박사는 조사대상자들은 지난 2000년부터 지난 해 사이 탈북한 사람들로 탈북 시점이 2010년에 가까울수록 한민족방송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 외부 방송을 들으려는 북한 주민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민족방송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선 믿을 수 있었다라는 답변이 성별로는 남성이 67%, 연령별로는 40대가 69%, 그리고 직업별로는 노동자 직업군이 62%로 높게 나왔습니다.

이 박사는 이처럼 노동자 계층의 40대 남성들의 신뢰도가 높게 나온 데 대해 경제난과 식량 위기가 계속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북한 당국의 선전이 먹힐 땐 남한 방송을 믿지 않았죠. 그런데 북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다 보니까 남한 방송에 대한 신뢰도는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그런 상황이 돼 있다고 봅니다.”

이 박사는 또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과 함흥 이남 지역에서 한국 TV를 직접 시청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서울 주변 수도권을 대상으로 송출되는 전파가 천안 당진까지 도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휴전선 근방에서 보내는 전파가 평양까지 도달할 수 있고 북한 주민들이 가진 수신기의 성능이 좋아진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중국의 TV방송 전파가 함경북도 청진까지는 못 미치지만 남양 회령 지역은 시청이 가능해 중국 TV를 보는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해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99년 이후 지난 해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TV만 150만 대로 북한에서 자체 생산한 물량, 그리고 밀수 등을 통해 들어온 것 등을 합하면 200만 대 정도가 보급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열심히 텔레비전을 사들이는 이유는 텔레비전에 대한 소유욕도 있지만 전력 사정도 나쁜 상황에서 애써서 텔레비전을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외부 방송 시청에 대한 욕구가 텔레비전을 상당한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박사는 특히 북한의 상류계층들이 한국 영상물들을 보는데 더 적극적이라며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에는 1박2일이나 무한도전 등 한국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들이 북한에서 큰 인기라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대북방송이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의 장점들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강화되면 남북 당국간 갈등을 피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