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TV 방송이 현행 아날로그 방식에서 내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 북한 주민들이 한국 TV를 시청할 수 없게 됩니다. 이 때문에 23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는 언론자유가 봉쇄돼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TV 방송이 아날로그 방식에서 내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한국 TV 시청이 은밀한 형태로나마 불가능해지는 데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내 민간 대북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는 23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언론자유를 위한 미디어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TV 방송이 내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를 잃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아날로그 전파는 멀게는 함경남도 지역까지 수신이 가능해 이 지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한국 TV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 대표는 언론자유가 봉쇄돼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생각하면 이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독일 `슈피겔’지 프리랜서 기자 말테 콜렌버그 씨도 독일 통일 과정에서 TV가 한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콜렌버그 씨는 분단 상황에서도 동독에서 서독의 TV 전파를 잡을 수 있었는데 동독 당국이 이를 과소평가했다며, 전문가들은 동독 주민들의 서독 TV 시청이 동독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콜렌버그 씨는 “동독 주민들이 TV 뉴스보도를 통해 쉽게 베를린 장벽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동독 주민들의 생활과 서독의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콜렌버그 씨는 이와 함께 여행과 관광 등 인적 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서독은 동독으로 여행하려는 사람을 제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에서 막지 않는 한 기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동독으로 갈 수 있었다며, 동독은 서독의 신문 잡지 서적 등의 반입을 금지시켰지만 여행자들이 이를 밀반입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서독 주민들의 동독 관광이 허용되면서 관광수입이 동독의 생존에 필수요소가 됐다”며 사회문화적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회의에선 언론인 출신 탈북자가 북한 언론통제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전 `조선중앙방송’ 정치부 기자 출신인 장해성 씨는 “북한의 모든 언론기관은 취재와 촬영 집필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하달한 방침을 집행하기 위해서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기관 자체 내부검열과 국가기관에 의한 검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미 출판됐거나 방송된 편집물에 대한 검열인 후열 등 3단계로 통제가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방송이나 출판된 기사에 중대한 오류 등이 드러날 경우 문책을 넘어 처벌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장해성 씨는 “1990년대 중반 한 기자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가운데 일자를 빼 6개월 동안 생산현장에서 무보수 노동을 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