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난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에 맞춰 조기를 게양한 데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등 유엔 주요 건물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8일 유엔기를 한 깃폭 내린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에두아르도 델 부에이 유엔 대변인은 28일 ‘로이터 통신’에 조기 게양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회원국의 정상이 사망했을 때 당사국 요청에 따라 조기를 게양하는 것은 유엔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유엔의 이런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워치’는 28일 성명에서 유엔은 김정일의 무자비한 정권에 희생된 모든 북한 사람들을 위해 같은 애도를 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의 규정에 따른 조치는 이해하지만 유엔의 설립 목적이 인권 보호라는 사실을 유엔 지도자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 단체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유엔은 기본적인 도덕적 가치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United Nation also stands for basic moral values including…”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조직적으로 탄압한 세계 최악의 독재자이기 때문에 유엔은 도덕적 의무를 갖고 김정일에게 희생된 북한인들을 당연히 추모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이어 대표는 또 북한 정권이 유엔의 조기 게양을 선전선동 용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나비 펠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We want to hear from Ban Ki-Moon. We want to hear from High Commissioner…”

조기게양이 집단학살의 주범인 김정일을 존중하거나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입장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세계 일부 언론들과 인기 블로거들 역시 유엔의 묵념과 조기게양 조치에 항의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등 주요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클라우디아 로제트 씨는 독립언론 ‘PJ 미디어’ 칼럼에서, 김정일의 사망에 대한 유엔의 조치는 수 백만의 아사자들과 수십만의 정치범, 공포정치에 인권을 박탈당하는 북한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10여개 국제 인권, 종교, 언론단체들도 김정일의 사망을 맞아 독재자에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유엔총회는 앞서 지난 22일 북한대표부의 요청에 따라 1분 간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지만 주요 나라 대표들은 이에 항의해 퇴장했었습니다. 북한대표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같은 요청을 했지만 적절치 않다는 일부 이사국들의 거부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유엔 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유엔총회가 지난 19일 북한에 대한 인권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채택한 사실을 국제사회가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엔총회는 당시 표결에서 찬성 123개국, 반대 16개국, 기권 51개국으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