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내 추도 열기를 전하는 서방언론들의 보도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남녀노소 없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비통해 하며 흐느낍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가 하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는 여성, 발을 동동구르는 어린 소녀들. 한밤중 엄동설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광장에는 김 위원장을 추모하는 행렬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서방세계에는 무척 낯선 일입니다.

“북한 사람들의 눈물이 진심일까?”, “정말로 김정일을 잃은 데 대해 상실감이 큰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눈물을 흘려야만 하기 때문에 쇼를 하는 건가?”

서방언론들은 울부짖는 북한 국민들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제각기 그 속내를 파악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기있는 케이블 텔레비전 뉴스쇼 진행자인 '폭스뉴스’의 빌 오라일리는 북한인들의 눈물이 가식적이라고 말합니다. 겉으로는 대성통곡을 하는 것 같지만 영상을 가까이 보면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지 않거나 억지로 짜내고 있다는 겁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21일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에서 이미 떠난 지 오래라고 전했습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카메라를 의식해 얼굴을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척 하거나 아예 눈 밑에 침을 바르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이 신문에 말했습니다. 특히 김정일의 경우 정말 눈물을 흘린 사람들은 군중심리에 따른 집단적 압박 때문이지 진심이 거의 아니라는 겁니다.

많은 전문가와 탈북자들은 김정일의 사망에 애도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했을 때보다 훨씬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그 만큼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깨이고 체제에 대한 불만도 훨신 높아졌기 때문이란 겁니다.

미국의 ‘뉴요커’ 잡지는 북한 주민들의 집단적인 눈물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무시무시한 압제와 끊임없는 쇄뇌, 고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의무적으로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담당 국장은 21일 ‘CNN’ 방송에 북한 주민들의 눈물은 생존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려면 국가의 요구에 복종하든지 아니면 박해 위험을 무릅쓰거나 탈북하는 양자택일만이 존재할 뿐이란 겁니다. 시프턴 국장은 그러면서 전체주의와 공포정치는 진실과 객관적 실체를 가리고 손상시키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연극인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눈물이 진심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정신과 의사는 ‘BBC’ 방송에 북한인들의 눈물 속에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 두려움, 그리고 집단적 히스테리와 진심어린 눈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청난 문화적 장벽과 모든 것을 강제로 할 수 있는 정권이 있기 때문에 북한인들의 속내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프랑스의 ‘르 몽드’ 신문은 북한인들의 지나쳐 보이는 애도 속에는 정권의 쇄뇌교육과 유교적인 장례문화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이 진심으로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 역시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많은 이들의 눈물이 진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유교적인 숭배문화 속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아버지로 부르며 따라왔기 때문에 영도자의 사망은 큰 충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한 주민은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10명 중 두 세 명 정도는 진심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북한 주민들은1990년대 대량아사 사태와 만성적인 식량난, 화폐개혁 등으로 김정일에게 불만이 많다며, 북한 관영 언론들이 전하는 겉모습은 결코 북한인들의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