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영향력있는 연구기관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정세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어떤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 백성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 연구소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보수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도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권위를 인정받고 체제 실패에 대한 관심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의 관심은 김정은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줄 지 여부에 쏠릴 것이며, 이 과정에서 김정은의 지도력 부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고 내다 봤습니다. 이들이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그를 단지 명목상 지도자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따라서 아버지만큼의 권위를 갖지 못한 김정은이 고위 당 간부들과 군부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민족주의적인 선군정치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시대보다 더 강경노선으로 기울 수 있으며 정치.경제 개혁과 핵 포기 대신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군사적 태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클링너 연구원의 전망입니다.

또 최근의 미-북 협상 재개 움직임도 북한의 새 지도부가 개방 폭을 결정할 때까지 미뤄질 수 있는만큼, 현 과도기는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빅터 차 한국실장은 현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은 “지켜보고, 기다리고, 준비해야”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첫 단계로 미군과 한국 군의 방어준비 태세 (데프콘)를 격상시킬 수 있지만 군사 행동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차 실장은 또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면서 내세울만한 새로운 이념을 갖추지 못한만큼 그가 지도자로서 북한을 끌고 나갈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 중단과 식량 지원 논의를 위한 미-북간 양자 회담도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역시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 정책센터 소장은 북한에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후계수업을 3년도 채 받지 못한 김정은이 군과 당, 내각 등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기 힘든만큼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김 씨 일가의 섭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부시 소장은 북한 지도부 내 정파간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북한이 변화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새 지도부가 김정일 위원장 시대의 실패를 바로잡고 개혁의 길로 나설 수도 있다는 겁니다.

부시 소장은 그러나 북한의 새 정권이 안착할 때까지 대북 핵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보수성향 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마자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미국 정부는 한반도에 진정하고 영속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궁금해 할 게 아니라 미국이 어떤 상황을 원하는지, 또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국 주도의 통일이 미국의 장기적 목표라는 전제 하에, 김정은을 비롯해 도발 행위를 반복할 그 어떤 지도자도 권력을 잡도록 나둬선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사치품 제공을 통해 측근의 환심을 사는 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위조지폐 방지와 핵 확산과 같은 각종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마자 연구원은 아울러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 확산에 주력하고, 한반도 주변에 미 해군과 공군 전력을 급파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꺾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