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관계도 안개 속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북한 차기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단기적으론 남북관계가 팽팽한 긴장 속에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북한 차기 정권의 윤곽이 분명치 않아 장기 예측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당장 김 위원장 상중인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2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북한 주민을 위로하고 북한의 조기 안정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대 임재천 교수는 담화문이 일단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최고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남한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에서 북한도 어느 정도 남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단기적으로 내년에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측면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부 민간 차원의 조문을 허용한 것 또한 조문을 불허했던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보다 전향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일부 유연한 대북 조치를 취하면서 남북 당국간 채널 복원을 모색하던 움직임도 당분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대화할 북측 상대가 누구인지 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꾸준히 제기돼 온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습니다.

류우익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지금은 북한의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현 시점에서 논의할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구요, 김정일 사망이 남북관계나 6자회담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에선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상황이 전개되는 데 따라서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또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최고 지도자 자리의 공백을 메우고 체제 정비와 내부 단속에 몰두하면서 당분간 도발적인 행동은 삼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를 옥죄었던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둘러싸고앞으로 북한의 새 지도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 지에 대해서도 관측이 제각각입니다.

도발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문제를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이들 도발을 자신의 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는 차기 권력 구도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3~6개월 정도 북한 권력층의 움직임을 보아야 어느 정도 판단이 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김정은 체제가 지속되고 그것이 공고화 되는 과정을 걸었을 땐 큰 변화보다 오히려 우리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가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체제결속을 위해 의도적 도발을 일으키거나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우발적 도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남북관계가 파탄을 맞을 수도 있는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