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들의 열악한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북한 벌목공들이 ‘21세기판 강제수용소 노예들’과 같았다고 밝혔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북동부 아무르주 내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인 투타울(Tutaul)삼림 지역. 한 오솔길을 벗어나자 붉은색으로 쓰여진 구호와 깃발이 나부낍니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당의 의도대로 살며 일하자’, ‘모두 다 통나무 생산 전투에로’ 건물 곳곳에는 북한의 구호들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벌목공들의 숙소인 폐차를 개조한 양철 건물들은 이 곳이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부분 벌겆게 녹슬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의 표현처럼 북한 벌목공들은 마치 강제수용소의 죄수처럼 허름한 옷차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상 게릴라로 불리는 인터넷 미디어 업체 VICE 가 15일 러시아 극동지역에 파견된 북한 벌목공들의 열악한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상 ‘북한 강제수용소’-North Korean Labor Camps’ 를 발표했습니다.

지구촌의 분쟁과 고립, 위험지역을 주로 탐사 취재해온 VICE 제작팀은 이미 북한 현지 취재를 통해 2008년과 2009년 북한 정권의 허위와 무책임, 폐쇄성을 풍자하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었습니다.

VICE의 설립자인 세인 스미스 프로듀서는 김정일이 정권유지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북한 노동자를 수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실상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두 차례의 북한 방문 중 단 한번도 북한 주민이 사는 실상이나 진솔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벌목공들에게서 실상을 직접 보고 듣고싶었다는 겁니다.

제작진은 하바로프스크에서 기차로 28시간을 달려 틴다(Tynd)와 딥쿤(Dipkun), 투타울(Tutaul) 등으로 이동하며 첩첩 두메산골에서 일하는 북한 벌목공들을 찾기 위해 숨바꼭질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벌목공들의 생활을 잘 안다는 딥쿤의 전직 경찰서장은 벌목공들이 악취가 진동하는 숙소에서 잠자며, 쥐 꼬리만한 돈을 받으며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벌목공들은 대개 40대 이상으로 3년 계약으로 오지만 최고 10년을 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에는 과거 1만명에 달하는 벌목공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009년 러시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노동자가 아무르 지역에 1천 7백명, 하바로프스크에 1천 1명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큐에서 틴다 지역의 북한 벌목소를 관할하는 제2임업연합소 간부는 취재진의 진입을 가로 막으며 노동자들의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벌목공의 탈출은 배신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내 북한 벌목공들의 열악한 삶은 이미 벌목소를 탈출해 미국과 한국에 정착한 수 백명의 탈북자들, 그리고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의 취재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보도와 전 벌목공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주말도 없이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에만 휴식하며 한겨울 영하 30도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받는 월급은 미화 1백 달러에서 150 달러. 그러나 식사비와 당비, 조직생활비, 직능비 등을 받치고 나면 3년을 꼬박 일해도 1천 5백달러를 벌기 힘들다고 합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2009년 러시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제2 임업연합소의 경우 벌목장 한 해 전체 수익의 35 퍼센트인 7백만 달러를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수입 대부분이 노동자 개인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투타울 벌목소의 한 간부는 VICE 취재진에게 조국의 번영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벌목공들도 잘 생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민생활 향상위해 다 총 매진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민생활 위해서 다 떨쳐나와 모두 기여하고 있다는 거. 나가서 다 자기 집 부모들이나 자식들한테 생활이 다 누려지고 있다는 거. TV를 봐서 다 알지 않습니까? 우리 조국이 지금 어떻게 번영하고 있다는 거”

VICE의 세인 스미스 프로듀서는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평양의 당간부들이나 벌목소의 간부들 모두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열장과 같이 잘 짜여진 평양과 달리 시베리아에서는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강제수용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8월 러시아의 울란우데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동안 아무르 지역에서 벌목공들을 취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재자는 정권 유지를 위해 더 많은 핵무기와 자금을 확보하려 자국민을 해외에 수출하고 위협을 통해 더 많은 원조를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엉뚱한 상황은 현대판 모순이 존재한다는 증거이자 미치광이 같은 짓이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