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 공격보다도 경수로 원전 건설 과정에서의 사고 위험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내년에 경수로 원전을 완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해 11월 영변을 방문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 활동을 처음 세상에 알린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이 경험 없이 현재 추진 중인 경수로 원전 건설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헤커 소장은 1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종국가전략조찬포럼에 참석해 ‘6자회담 교착과 북한 핵 개발의 가속화’를 주제로 발표한 강연에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할 개연성은 작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헤커 소장은 “경수로 건설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며 “서방 국가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건설 방법과 건설 자재 등을 제대로 선택해 지었지만 북한은 그런 협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처럼 어려운 원전의 완공 목표를 북한이 내년 4월로 잡은 데 대해 불가능한 목표라며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헤커 소장은 또 영변 핵 시설 이외에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이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영변 시설에선 경수로형 원자로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지만 다른 시설에선 핵 폭탄 원료로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특히 우려되는 점으로 북한이 농축 우라늄 생산 기술이나 자재 등을 외부에 유출시킬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이 영변 이외의 다른 장소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많이 생산해 이를 이란과 같은 나라에 수출할 경우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헤커 소장은 영변 이외에 시설이 또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로 북한이 지난 2009년 4월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뒤 불과 5개월만인 같은 해 9월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실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곳에 미리 갖춰 놓은 관련 설비의 일부를 영변으로 옮겨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현재 4개에서 8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아직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해 10월 군 열병식에서 선을 보인 무수단 미사일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하면서 실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개발 여부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소장은 특히 핵 탄두 미사일 분야에선 이란과의 협력이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헤커 소장은 “가장 큰 우려는 북한과 이란간 공조”라며 “이란은 북한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협상과정으로 다시 끌어내는 게 현 시점에서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또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