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탈북자 등 북한인에 대한 망명 기준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인들 대부분은 국제적인 망명 기준에 부합되지만 이들을 자국민으로 보호하는 한국이 있기 때문에 망명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건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국에서 이민과 출입국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내무부 산하 국경청 (UK Border Agency)이 최근 북한인들의 망명 심사 기준을 안내하는 지침서(Operational Guidance Note)를 새로 발표했습니다.

17쪽에 달하는 이 지침서는 북한인들의 망명(Asylum)과 인도적 보호(Humanitarian Protection) 신청에 필요한 자격 기준, 요건, 거부 사례, 전망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지침서는 우선 북한 정권의 정치적 박해, 식량 등 경제 문제와 관리들의 부패, 기독교 박해, 탈북에 대한 처벌, 수감 시설 내 박해에 따른 망명 신청은 국제난민협약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 등 일부 정부와 기구들의 북한인권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에서 어떻게 인권탄압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지침서는 그러나 북한인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에 거주할 수 있고 대부분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때문에 망명 신청이 거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망명이 거부된 신청자가 국제난민협약을 위반하는 나라로 송환되는 것이 아니며, 신청자가 시민권을 주장하며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가 있기 때문에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또 박해의 공포 등으로 망명 신청 자격이 되더라도 개인적으로 그런 박해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보호해 줄 나라가 없다는 점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침서는 특히 한국이 헌법으로 북한인들을 자국민으로 간주해 보호, 수용하고 있다며 상당히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의 탈북자 수용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영국 국경청은 지난 2006년 북한인들에 대한 망명 기준을 우호적으로 밝힌 확대 지침서를 처음 발표한 이후 기준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영국 내 탈북자 망명이 2007년부터 급격히 늘었다가 2년 전부터 크게 줄어든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지난 3월 입수한 영국 내무부의 북한인 망명 현황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335 명에게 망명 지위를 부여하고 35명에게 인도적 보호 지위, 15명에게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언제든 영국을 떠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는 지난 7월 발표한 국가별 난민과 망명 현황보고서에서 망명자와 부양 가족까지 합한 영국 내 탈북 난민이 지난 해 말 현재 581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그러나 지난 2009년에 5명에게 망명을 허용했고 지난 해에는 잠정집계이지만 망명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망명이 거부된 사람은 135 명에 달했습니다.

영국과 한국 내 복수의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위장 탈북자’들 때문에 영국 정부가 망명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이를 숨기고 다시 영국에 망명 신청을 하는 사례들이 적발돼 영국이 지침을 강화했다는 겁니다.

이는 영국이 2008년 8월 북한인들에 대한 망명 지침을 대폭 강화한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영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위장 탈북자들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지침서에서 이들의 이전 거주지, 특히 한국 국적을 과거에 취득했는지 여부를 담당자들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