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저작물은 일본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이 판결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8일 북한에서 제작된 영상물의 무단 사용에 관한 상고심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 측의 권리를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북한의 저작권에 대해 판결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문화성 산하 조선영화수출입사와 일본 내에서 북한의 저작권 관리를 위임받은 영상물 배급사 카나리오기획은 지난 2006년 `일본TV’와 `후지TV’가 북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은 일본의 두 방송사가 지난 2003년 북한 영화 ‘밀령 207’의 영상 일부를 무단으로 뉴스 프로그램에 사용했다며 방영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는 일본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승인하지 않은 만큼 북한 영상물은 일본 내에서 국제저작권법 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원고 측은 2심 법원인 지적재산 고등재판소에 항고했지만, 고등재판소 역시 지난 2008년 피고 측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단 방송으로 배급사인 카나리오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인정해, 일본TV와 후지TV가 카나리오사에 12만엔 (미화 1천5백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이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북한의 저작물은 아예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피고 측의 배상금 지불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측은 일본과 북한 모두 저작권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인 베른조약에 가입한 사실을 권리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베른조약은 가맹국 국민의 저작권은 보호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미승인국이 일본보다 뒤에 조약에 가입한 경우 권리의무 발생 여부는 원칙적으로 일본이 선택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일본은 112년 전인 1899년 베른협약에 가입했지만 북한은 지난 2003년에야 가입했습니다.

일본 외무성과 문부과학성도 북한과의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 측에 대해서는 베른조약상의 권리의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