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 군의 문란한 규율과 자신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해 일선 군 부대를 수시로 질책한 사실이 북한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선군정치와 만성적 경제난이 갈수록 군 기강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군 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김 위원장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이교덕 박사 등은 최근 출간한 연구서 ‘북한 군의 기강해이에 관한 연구’에서 김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규율이 문란하고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일선 군을 질책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서는 지난 1999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발간된 북한 군 내부자료인 ‘학습제강’과 ‘선동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북한 군 내 기강해이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연구서에 따르면 1999년 북한 군 당국이 군관과 장령에게 배포한 ‘학습제강’은 “지금 일부 일군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 밖에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군들이 되겠다고 말은 하면서 실지 행동은 다르게 하고 있다”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예로 최고사령관이 제시한 당 노선과 정책 정당성을 의심하거나 당 방침을 그대로 집행하지 않는 현상, 그리고 개별 간부들을 우상화하면서 아첨하는 행동 등을 꼽았습니다.

2001년 학습제강에도 북한 군 간부들이 최고사령관 동지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투철한 자세가 부족한 현상들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역시 그 예로 당에 대한 의심, 거짓보고 그리고 경제난 속에서 제 살 궁리만 하는 행동 등을 꼽았습니다.

2003년 강연자료에서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과 당 방침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식의 비슷한 지적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2002년 강연자료에선 당시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맞는 부대에서 장교들이 복장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김 위원장이 심한 질책과 함께 규율을 바로 세우기 위한 일대 조치를 지시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군 기강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자주 질타한 것은 주로 군수물자의 착복과 유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서를 편 이교덕 박사는 북한 군의 기강해이와 부패가 군을 최우선 하는 선군정치가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론 만성적인 경제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군대 내에 보급되는 물자가 일단 적고 또 군대 운영에 필요한 여러 비용들을 자체 조달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물자를 팔아서 비용을 마련하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다 보니까 군사규율이 문란해지는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 경제난입니다.”

연구서는 이와 함께 탈북 군인 200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실었습니다. 조사 결과 군수물자의 착복과 유용이 북-중 국경지역 부대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평양시와 황해남도 주둔 부대는 비리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민 재산을 침해하는 등의 대민 피해의 정도도 북-중 국경지역 그 가운데도 압록강변 주변부대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이교덕 박사입니다.

“보급이 일차적으로 군사분계선 쪽으로 많이 가는 경우가 있고 아무래도 단속이 북-중 국경지역은 덜한 것으로 거기에 원인이 있지 않나 제 생각엔 그런 것 같아요.”

이 박사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역별로 심한 편차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론 북한 군 내 부패가 아직은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선군정치와 경제난이 지속될 경우 군의 부패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