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탈북자들은 2년 전 화폐개혁 실패가 북한 민심이 이반되는 큰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북한의 화폐개혁 2주년을 맞아 보내 드리는 특집방송.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김영권 기자가 북한의 민심 변화를 전해드립니다.

“정말 불에다 기름을 부었죠. 가뜩이나 힘들게 사는 인민의 주머니를 털었으니까. 국가가. 참 강도적인 방법이죠. 국가에서 생산되는 게 없고 돈이 없으니까.”

북한에서 화폐개혁을 체험한 탈북자들은 ‘김정일위원장이 자충수를 뒀다’고 말합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10여년 간 그나마 자기 살길을 스스로 찾아가던 인민들에게 화폐개혁이 상실과 허탈, 그리고 분노의 불길을 지폈다는 겁니다.

“마음 속으로야 분노가 있은지 오라죠. 근데 지금 폭발하면 더 죽겠고. 우리 인민들 아무리 공산주의 물을 넣다 해도 악에 악이 찼죠. 완전 꼭대기까지 올랐죠."

그런 분노와 불신의 배경에는 화폐개혁으로 피폐해진 살림살이가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화폐개혁 직전에 킬로그램 당 2천원 하던 쌀 값은 화폐가치를 100대 1로 줄였는데도 계속 올라 2년 만에 3천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1달러에 3천원 정도 하던 환율 역시 30원이 아닌 4천원을 넘어섰습니다.

탈북자 그레이스 오 씨는 살인적인 물가로 빈부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말합니다.

“못 사는 사람은 완전 못살고 잘 사는 사람은 완전 잘 사는 거예요. 평등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너무 너무 싫었어요.그 곳이”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 6월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체제 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민심 이탈 조짐도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은 지난 3월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 관련 보고서에서 북-중 국경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주민의 의식변화가 평양 등 내륙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본주의 체득과 수용, 남한 사회에 대한 부러움은 늘은 반면 체제에 대한 자부심은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북한의 한 지방대학 출신인 찰스 현 씨가 지난해 1월 직접 체험한 이야기는 북한 정권에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잘 보여줍니다.

“갑자기 1월 8일에 연행물로 동사무소로 학교로 충성의 노래 모임을 시키는거에요. 그 전에 그런 거 없었는데 이게 뭐지? 했는데 보니까 김대장 탄신절이래서 그런다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막 웃으며 완전 비꼬며 야단인거죠. 한겨울에 여자들 치마를 입고 나오라 어쩌라 하니까. 못살정치는 벌써 지나갔죠. 완전 파쇼독재죠.”

북한 유학파 출신인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의 현 상황이 20년 전 동독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바람, 개인주의, 사상과 이념보다 물질을 중시하는 풍조, 빈부 격차에 따른 주민들의 욕구 불만이 붕괴 직전의 동독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겁니다.

프랭크 교수는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생각들을 소통할 공간이 북한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아랍의 봄’ 처럼 당장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마당과 손전화기 등 소통을 위한 변화의 잠재력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는 겁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 당국의 공포정치가 민심의 표출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경제도 그렇고 정치 체제도 그렇고 물건너 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공포의 벽을 어떻게 물리치겠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과 탈북자들과 세계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박사는 그러나 당장 먹고 살기 바쁜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민심이 결집된 불만으로 표출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뭘 먹고 살까에 모두 신경이 가 있기 때문에 불만 표출이 힘들다. 소식들은 많이 알지만 그 것들이 결집된 모양새를 띠기 에는 아직 미흡하고 경제적 사정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와  민심 이반, 지도자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