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대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법으로 생각하며, 또 2 명 중 1 명은 재판을 받을 때 뇌물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국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IFES) 최봉대 교수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겠습니다.

문) 이번에 발표하신 보고서 제목이 ‘북한 이탈주민 법의식 사례 연구’인데요. 먼저 어떤 보고서인지 설명해 주시죠.

답) 간단히 말씀 드리면 올해 통일부로부터 북한 주민의 법문화 실태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받아서 서울, 인천, 대구, 그리고 광주에 거주하는 탈북자 80명 정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래서 이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 이 보고서인데요. 표본집단의 특성을 보면 대체로 2009년에서 2010년에 북한 현지에서 탈북한 주민들이 65명 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대다수인데요. 이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북한 사회의 법문화 실태를 알아보는데 꽤나 유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문) 그렇군요. 그러면 가장 먼저 북한의 법에 대한 탈북자들의 인식이 어떻던가요?

답) 일단 한 마디로 말씀 드리자면 대체로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우리가 법의 공정성 여부를 물어본 설문에 대해서 ‘공정하다’고 보는 주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주민들이 법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법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국가 차원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본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설문을 보면, 복수응답을 허용하면서 법의 존재 이유를 물어본 결과, 가장 빈도가 높은 응답이 국방위원장이 정치를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옵니다.

이런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법적 처벌의 적정성에 대해서 당연히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꽤 높게 나온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생계를 위해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과중하다,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90%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를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 법의 기본적인 목적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법에 대한 인식인데요. 좀 전에 말씀하신 내용 중에, 또 보고서에도 들어있는 내용인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말에 대한 인식이 흥미롭거든요? 사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북한에서는 여전히 ‘김정일의 말이 곧 법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거군요?

답) 그건 북한 사회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기도 하고 또 당연한 현실이고, 심하게 얘기하면 진리입니다. 왜냐하면 잘 아시겠지만 북한은 유일사상 10대 원칙이 정신통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사회란 말입니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복수응답을 허용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게 되면 김정일 말씀이나 지시, 또는 방침, 법에 대한 인식이 꽤 높게 나타나는데요. 이런 인식은 다름이 아니고 북한 사회에서 김정일의 말씀이나 지시가 갖는 권위의 정치적 영향력이 그야말로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점을 보강해 주는 것이 응답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한에서 법적인 효력이나 힘이 센 순서로 봤을 때 맨 먼저 이 김정일의 말씀, 그리고 그 다음에 당의 명령, 다음에 내각의 결정을 지적하고요. 맨 마지막으로 헌법과 일반법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생각하고 있는 헌법의 정치적 위상이나 절대성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현상이 북한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겁니다.

문) 그렇군요. 그리고 사실은 이 부분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간간이 알려졌던 내용이기는 한데요. 북한에서 뇌물을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러니까 뇌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법을 피해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답) 그렇죠. 당연히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법을 도구적인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겁니다, 법의 정당성 보다도 말이죠. 따라서 방금 말씀하신 뇌물과 법과의 관계를 보게 되면 특히 형사재판의 경우에 뇌물이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가 됐는데요. 예를 들어서 소송을 당했을 때 판사나 검사, 또는 보안원 같은 법일꾼과 안면 관계, 즉 ‘알음’이 있다고 할 지라도 이들 중 누군가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법률적인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거의 절반에 가깝게 나온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시겠습니다만 북한에서는 간부 부패가 대단히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혹시라도 간부 부패 방지법을 만들면 도움이 되겠냐고 물어보는 설문에 대해서 역시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이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뇌물 때문이라는 것이죠.

문) 그러니까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기준이 되는 법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는 거군요. (그렇죠.) 그렇다면 사실은 이것도 간간이 알려졌던 내용인데, 북한에서 범법 행위를 통해서 돈을 버는 행위들이 많이 있고 그런 행위에 대해서도 그렇게 나쁘게 인식을 하지는 않는 그런 분위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놀랄 만한 얘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번 설문조사에 포함시킨 문항 중에 예를 들어 마약 제조나 밀매행위와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는데요. 거기에 대해서 응답자들의 반응이, 이것도 돈을 버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보는 응답자들이 20 몇 프로가 되고요, 마찬가지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회가 되면 이렇게 마약 제조나 판매에 뛰어들 것이라고 한 응답자가 또 20 몇 프로가 된단 말입니다.

이건 아주 대단한 인식인데요, 이런 인식들이 우리가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뇌물 주는 것, 한국 사회식으로 표현하면 촌지를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의 약 6%만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나머지 사람들은 그 건 자연스럽게, 또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 사회가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생계를 이어 나가다 보니까 사람들의 법의식이 무지해지고 비도덕적인 것이라 할 지라도 수단 자체가 목적을 전달하는 그런 현상이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문) 시간관계상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보고서에 북한의 선거 이야기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요. 선거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 또 선거 제도를 통한 정치참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짧게 좀 이야기해 주시죠.

답) 간단히 말씀 드리면 헌법이 국가의 최고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밖에 안 될 정도로 이들의 자신들 정치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피상적입니다. 또 실례로 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같은 경우에 정치적 권리 행사를 인식하는 응답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말을 바꾸면 이미 그것은 짜인 판에 가서 우리가 동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보는 응답자들이 약 87% 정도 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이렇게 정치적인 권리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의 법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최봉대 교수로부터 자세한 조사 내용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