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수해 지원 물자를 전달하려던 한국 정부의 계획이 북한의 무반응으로 결국 무산됐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4일 올 여름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준비한 지원물자 전달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수해 지원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아 이같이 결정했다며 “북한에 수해 물자를 전달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당초 영유아용 영양식 140만 개, 과자 30만 개, 초코파이 192만 개, 라면 160만 개 등 총 50억 원 상당의 지원품을 이 달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전달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영양식 20만 개를 먼저 전달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달 6일 북측에 통보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수해물자 전달이 우리 측이 제시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 우리 측 제의에 대한 북한 측의 답이 있어야 합니다만, 북한 측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은 생필품과 의약품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남측의 제의에 대해 식량과 시멘트, 장비 등을 통 크게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국 정부의 수해 지원 규모와 품목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한국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은 최근 방북 한 한국 민간단체 관계자들에게 수해 지원 품목에 대한 불만을 수 차례 표명했습니다.

특히 수해 물자로 남한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초코파이를 포함한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이 한국 정부의 수해 지원 제의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요청이 거부된 데 따른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부에선 북한이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을 약속 받은 만큼 한국 정부에 굳이 손을 벌리려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 여름 잇단 태풍과 집중호우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해로 북한에선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8만3천㏊ 이상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달 30일 밀가루 전달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간단체 관계자는 “올 여름 수해를 입은 개성의 경우 추수가 한창인 시기임에도 벼가 익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올해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벼들이 알곡이 별로 안 차 있어 부실한 것 같은 모습이 보였어요. 추수를 하려면 논에 물을 싹 빼야 하는데 아직 논에 물이 차 있는 곳도 있고 벼들이 푸르스름한 곳이 군데군데 보이더라구요.”

한국 통일부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을 7월 말 현재 20만t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