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10일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1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각계 인사 수 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리는 가하면 학술 토론회와 황 전 비서의 생전 강연을 한데 모은 서적도 출간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1주기인 10일 서울에서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추도식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미국의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 등 각계 인사 수 백 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향한 마음을 담은 황 전 비서의 유작시가 낭송되고, 파란만장했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도 상영됐습니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입니다.

“당신은 조국의 상처보다 더 큰 걱정 없고 자유의 통일보다 더 큰 성취 없음을 몸소 희생으로 보여주신 애국의 열정이셨습니다. 우리들의 기억 속에 살 당신의 이름은 황장엽입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북한의 인권 신장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잔 숄티 의장은 “고인의 뜻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애쓰는 탈북자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모식에 앞서 1주기를 추모하는 학술세미나와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도 열렸습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20 여명은 10일 오전 임진각 망배단에서 황 전 비서의 생전 활동과 북한 3대 세습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 20만 장을 북한에 날려보냈습니다.

또 1 달러 지폐 1천 장과 북한 민주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 CD 3백 개,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담은 책 2백 권, 라디오 1백 개도 함께 보냈습니다.  

황 전 비서가 이사장으로 있던 민주주의정치철학연구소 등이 마련한 학술토론회에선 북한 민주화 운동이 나아갈 방향과 황 전 비서가 주창한 인간중심 철학을 조명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중앙대학교 겸임교수입니다.

“황장엽 선생님이 망명함으로써 북한의 사상강국이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붕괴가 이 때부터 시작됐고 황 선생님의 망명 자체가 북한 민주화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민주화의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이 바라던 북한 민주화를 위해 힘차게 싸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황 전 비서가 생전에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책도 출간됐습니다.

황 전 비서가 1999년부터 했던 강의를 모은 책 ‘황장엽 선생의 마지막 대화’에는 대북 식량 지원과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황 전 비서의 분석이 담겼습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해선 한국이 식량 지원을 외면할 경우 개혁개방 이후 북한 주민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때 남한과 같이 살지 않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을 돕는 식량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선 “궤변 중 최고의 궤변”이라고 일축했고, 주민 봉기 가능성에 대해선 독재세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데다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밖에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추모 문화행사가 개최되는 가 하면, 추모문집 발간, 통일달리기대회도 열렸습니다.

추도식추진위원회 측은 남북이 통일되는 날까지 매년 추도식을 열고 추모문집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황 전 비서가 위원장으로 있던 북한민주화위원회를 비롯한 30여 개 북한인권 단체는 11일 황 전 비서 유해가 안장된 국립 대전현충원의 묘소를 참배할 예정입니다.

1923년 2월 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난 황장엽 전 비서는 북한 주체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닦은 인물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비서 등 북한의 요직을 거친 뒤 지난 1997년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인 황 전 비서는 망명 이후 북한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등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강연 활동을 펼쳐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