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지난 3월 말로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휴대전화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조명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휴대전화 가입자 급증 추세와 이유,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봅니다.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과거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 CCTV 인터뷰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손전화로 세배 보내고, 그 다음에 지방에 있는 동무들한테 우편, 단문 통보문도 보내고 설 인사도 하고…”    

북한의 20대 여성이 올해 설을 맞아 평양 특별취재에 나선 중국 TV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 발언은 북한에서도 이제는 휴대전화가 일상 생활의 일부가 돼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외국인들도 평양 시내 곳곳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짧은 문장을 보내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전합니다.

미국에서 북한 전문여행사를 운영하는 월터 키츠 아시아태평양 여행사 대표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수가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사실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조선체신회사와 합작해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이동통신회사 오라스콤 텔레콤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업 시작 직후인 2008년 말 1천7백 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가 1년 후인 2009년 말에는 9만1천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어 2010년 말에는 43만 명으로 1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마침내 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북한 휴대전화는 가입자 수 증가라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통화지역 확대와 통신서비스 확대라는 질적인 성장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평양에 국한됐던 통화가능지역이 전국의 다른 도시들로 확대됐고,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서비스 종류도 이제는 단문통보와 동영상 통화, 사진과 자료 전송 등으로 다양해 졌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은 북한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첫째 이유로 휴대전화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꼽았습니다.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아무 제한 없이 전화를 할 수 있는 휴대전화만의 장점이 북한에서도 통했다는 것입니다.

낸토 연구원은 또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특권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가입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서는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부모들에게 조르는 집권층 자녀들이 많다는 말을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시장 활동을 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휴대전화 수요도 그 만큼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장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확산이 돼 있고, 그로 인해 부를 축적하거나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이런 것들의 필요성이 더 늘어나고 있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동 연구위원은 또 지난 해부터 가격이 싼 휴대전화기가 출시되기 시작한 것도 가입자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에서 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위한 선전 차원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 앤소니 김 연구원의 말입니다.

“그런 것도 있죠. 김정은 자체도 그 전 사람들에 비해서는 정보기술이나 그런 것에 더 노출된 사람이니까, 그런 거 (휴대전화)를 주민들에게 줌으로 해서 얼마나 편하냐, 이게 다 주민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라는 걸로 선전도 되는 거고…”

앤소니 김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완전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아주 제한적이고 기본적인 인터넷 접속 등 다른 발전된 휴대전화 부가 서비스 이용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속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이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체신회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올해는 가입자 수가 1백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북한의 휴대전화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아직도 전체 인구의 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갑자기 통제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당분간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 사업의 발전을 원한다면 휴대전화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대전화가 단지 정권 고위층 인사나 그 가족들의 일상적인 사회적 의사소통 수단에 그친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해거드 교수는 특히 휴대전화를 통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허용해야만 휴대전화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